“포항유전” 발표에 대구경북 ‘술렁’

2024-06-04 13:00:23 게재

매장량 언급 현실화 기대

박정희 소동 재판 우려도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3일 대통령의 발언에 경북 포항을 비롯한 인근 지자체들이 술렁거렸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의 불의정원. 이곳은 지난 2017년 3월 8일 오후 2시 53분 포항시가 폐선 철도부지에 도시숲을 조성하기 위한 관정 굴착공사 중 지하 200m 지점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포항은 1976년 해도동에서 석유가 발견된 적이 있고 2006년에는 흥해읍 성곡리 가정집에서도 천연가스가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사진 포항시 제공

대구·경북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경제성이 있는 상업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포항석유 대소동이 있었고 이번에도 시추가 아닌 물리탐사 결과에 따른 발표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포항시가 가장 먼저 입장문을 냈다. 포항시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는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에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행정적 지원은 물론 지원시설 구축, 인력 확보 등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경북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풍풍 솟아나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미국이 2010년 이후 셰일가스 혁명으로 기존 중동 등에 치우친 에너지경제 패권에서 벗어나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하며 새롭게 성장하는 길을 열었다”며 “탐사와 시추를 구체화시킨다면 우리나라도 새롭게 일어나는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입장문을 냈다. 시는 “대구경북 통합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포항의 석유·가스 개발이 대구경북신공항 달빛철도 등과 함께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상공회의소 등 대구지역 경제계도 “경제성이 있는 석유·가스라면 분명히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스와 파이프라인 설비 등 건설 에너지기업들의 기대감이 고조돼 내년 상반기 시추결과가 기대된다”며 반겼다.

반면 시추가 아닌 물리탐사에 근거한 발표로 실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포항석유 대소동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박정희 대통령의 포항 석유 발견 발표에 대한 추척취재를 최초로 시작했던 조갑제 기자는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윤석열의 포항 석유 발표에 박정희가 겹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기자는 “윤 대통령의 포항 앞바다 대유전 존재 가능성 발표는 성급하고 과장됐다”며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포항석유(가짜) 대소동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기후위기 시대에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할 판에 유전 개발이라니 제 정신인가”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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