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양증권 전 직원에 징역 5년
회사인감으로 투자금 100억 빼돌려
빼돌린 돈으로 부친 시행사에 투자
위조한 회사 인감을 찍은 허위 계약서로 100억원대 투자금을 빼돌린 뒤 부친 회사에 송금한 한양증권 전 직원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투자금이 입금된 곳은 증권사 직원이 운영하던 부동산개발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직원이 회사 문서를 위조해 투자금을 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로 빼돌린 사건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양증권 전 직원 김 모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요청한 징역 5년을 모두 받아줬다.
검찰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에 있던 김씨는 피해자 A씨에게 50억원을 투자하면 2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투자약정서와 PF 제안서 등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이를 믿고 100억원의 자금을 준비했다.
김씨가 제시한 투자약정서 및 상환 확약서에는 경기도 용인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대지조성공사 PF 자금조달에 한양증권이 지급보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용인역삼 도시개발사업은 경기도 용인시 일대 67만㎡에 주거시설 등을 세우려는 것으로, 토지주간 갈등으로 상당히 지체된 상태였다.
문제는 연대보증서 등 관련 서류에 찍힌 한양증권 법인인감은 위조된 상태였다. 이를 알지 못한 피해자는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김씨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상환기일을 넘기자 김씨는 사채를 동원해 원금을 갚은 뒤 다시 2차 투자를 제안했다. 2차 투자에서도 다시 법인 인감이 날인된 위조문서를 사용했고, 수익금 40억원을 지급한다며 100억원을 A씨에게 받아 다시 가로챘다.
투자금이 입금된 곳은 용인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개발업체였지만 이 업체 대표는 김씨 부친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증권사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실제 부동산개발회사를 운영해 왔다. 실상을 알게 된 피해자는 회사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김씨는 한양증권을 떠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한양증권 명의의 문서를 거짓으로 꾸며 100억원을 가로챈 범행은 그 죄질이 나쁘다”며 “더구나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기범행과 관련된 투자계약에 관련해 원금도 변제하지 못했다”며 “문서 명의자인 한양증권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김씨 부친도 사기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