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인기 단체장, 비결이 궁금하다

2024-06-05 13:00:05 게재

“죽기 전에 꼭 한번 더 찍어주고 싶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그래. 우리들한테 참 잘해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만난 80대 여성이 한 말이다. 해당 지역 구청장을 위해 또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주민들 특히 노년층을 위해 무얼 그리 잘했을까 물었다. 이 여성은 “다 잘한다”고 하더니 “주사 맞을 때 손 잡아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서 크게 안심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시기 백신접종 당시 일이다. 세계적으로 노년층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던 만큼 불안감이 컸는데 위로를 받고 안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서울 자치구 대응은 엇비슷했다. 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수송차량을 준비했고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지 의료진이 살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단체장들도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그런데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단체장은 물론 여의도 정치인들까지 그 비결을 궁금해 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가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정성’이다. 특별한 ‘퍼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많은 주민들 마음을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소통을 잘 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당 지역에서는 “정당을 떠나 구청장을 지지한다”며 자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주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단체장들이 한결같이 소통과 현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뜻을 반영해 행정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의 경우 심지어 ‘시민이 시장’이라며 조직표와 결재란에 시민을 포함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 주민들도 단체장이 소통을 잘 했다고 평가할까. 현장과 소통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그저 요식행위에 그치지는 않았을까. 여러 행사장에서 이른바 ‘눈도장’만 찍느라 바쁘지 않았을까. ‘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소통을 외면한 경우는 없을까.

아예 “주민단체와 함께하는 자리가 거북하다”거나 “말이 길어지지 않도록 보좌진에게 다음 일정이 있는 듯 독촉해달라고 한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처럼 내뱉은 용감한 단체장을 만난 적도 있다. 현장에서 단체장을 맞닥뜨린 주민이 “선거가 또 있냐”고 지인에게 속삭이는 장면도 목격했다.

민선 8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가까이 흘렀다.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그 걸음은 진정 주민을 우선하고 지역 발전을 염두에 둔 걸까, 스스로의 일자리를 연장하기 위한 행보일까. 재선 삼선을 바란다면 아니, 단체장이라는 자리에 있다면 이 시점에서 스스로를 한번쯤 돌아보았으면 한다. ‘비결’은 그 가운데 있지 않을까.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