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안타까운 경제교육의 현실
얼마전 흥미로운 2편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OECD INFE(OECD 산하 경제 금융교육에 관한 글로벌 협력기구) 금융이해력 조사결과’이고 또 하나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민 경제이해력 조사결과’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7점으로 2020년에 비해 2점 상승했으나 복리계산에 대한 점수가 41점에 불과해 금융에 대한 기본지식이 여전히 미흡함을 보여주었다. 기재부 자료에도 2023년 경제이해력 조사 평균점수는 58.7점으로 2021년 대비 2.4점 상승했으나 기준금리의 파급효과, 정기예금 등 금융분야 정답률은 낮게 나와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문맹 심각 상황
경제교육 현장으로 가면 상황은 더 참담하다. 대학수험생이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한 비율은 2014년에도 2.2%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1.1%까지 추락했다. 학교밖에서의 경제교육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하지 않고 대학 등에서 경제 관련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문맹인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는 셈이다. 위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학교밖에서 경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고, 학교밖 경제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은 무려 82%에 달했다.
금융문맹이 초래한 대표적인 두가지 사건이 있는데 첫째가 최근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있던 홍콩H지수 연계증권(ELS)의 투자손실이다. 이 ELS의 손실규모가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기저에는 투자자의 금융문맹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는 2011년에 있었던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판매다. 후순위채는 선순위채에 비해 변제 순위가 늦어 신용위험이 높은 대신 금리가 높은 게 특징이다. 당시 저축은행은 부동산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부실이 심화되자 자본확충을 위해 개인에게 후순위채를 많이 발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축은행이 마치 이 후순위채를 정기예금인 것처럼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점이다. 당시 후순위채 금리(8%대)가 정기예금 금리(5%대) 보다 높아 많은 사람들이 매입했다. 후순위채는 예금보험상품이 아니기에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 못했다. 만약 투자자들이 정기예금과 후순위채를 정확히 구분만 했어도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부 장기계획 세워 경제교육 강화해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정부는 장기계획을 가지고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수능에서 경제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유대인은 12~13세에 성년식을 치르는데 이 때 가족 친척들이 축하해주면서 보통 2만~3만달러의 축하금이 모인다. 이 축하금은 10년 이상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금융의 원리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돈을 성인이 된 후 대학등록금이나 창업자금으로도 활용한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금융교육을 받은 덕분에 세계금융의 최강자 지위에 오르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전 생애에 걸쳐 체계적으로 경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밖 경제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학교 밖에서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경제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또 민간의 경제교육도 활성화돼야 한다.
어느 부모가 세계 거부인 워렌 버핏에게 “제 아이가 6살인데 지금부터 돈 공부를 시켜도 되나요? 라는 물음에 그는 “죄송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라고 답했던 일화를 그냥 우스개소리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교육 없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무명옷만 입고 겨울을 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