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총선서 ‘반쪽 승리’ 그쳐

2024-06-05 13:00:10 게재

집권당 단독과반 실패· 3연임엔 성공 … 야당연합 대약진 “모디에겐 큰 좌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본부에서 손가락으로 총선 승리를 뜻하는 ‘브이’자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월 19일~6월 1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초 400석 압승 예상과 달리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BJP가 주도하는 여권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 몫으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기는 ‘반쪽짜리 승리’에 그쳤다.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집권 BJP가 과반 의석에 미달한 것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 유권자들이 수십년간 인도에서 무적의 기세로 지배력을 행사한 모디 총리의 리더십에 예상치 못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인도 싱크탱크 옵저버 연구 재단의 정치분석가 라쉬드 키드와이는 “선거 결과는 모디라는 브랜드가 희석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큰 좌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평가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자정을 넘어선 시각 기준, 여권연합인 NDA가 전체 543개 지역구 중 최소 292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BJP 단독으로는 240개 지역구에서 승리하고 있으나 이는 직전 2019년 총선 때의 303석과 비교하면 63석이나 잃은 것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권은 당초 ‘BJP 370석, NDA 400석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으나 실패 한 결과다. 또 최대 400석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에도 훨씬 못 미쳤다.

반면,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정치연합인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31개 지역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약진했다. 5년 전 총선(129석)에서 102석 급증한 수치다. INC도 98개 지역구에서 승리해 의석수가 직전 총선(52석)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총선 승리를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세번 연속으로 NDA에 믿음을 부여했다”면서 “이는 인도 역사에서 역사적인 위업”이라고 썼다. 이에 BJP 측에서는 최종 개표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승리 자축행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약진한 야권도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야권 INDIA를 이끄는 라훌 간디 전 INC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그들(여권)이 지난 10년간 나라를 운영해온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것(총선 결과)은 나렌드라 모디에게 큰 메시지”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모디 총리가 BJP의 과반의석 확보 실패로 연합세력과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는 10년 전 집권한 이후 인도 정치를 지배해온 모디 총리에게 큰 타격이라고 해설했다.

영국 BBC방송은 BJP의 의석수가 크게 감소한 이유로 실업률, 물가 상승, 불평등 심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군대 징병제 개혁 등을 꼽았다. 특히 “무슬림을 겨냥한 모디 총리의 거칠고 분열적인 선거운동이 일부 지역 유권자들을 소외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 결집을 시도하면서 무슬림 등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등 헌법 가치를 위반하고 야권을 탄압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여권을 공격한 야권 주장이 표심에 상당히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선거를 앞두고 모디 정부는 야당의 일부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일부 지도자를 부패나 세금 관련 혐의로 투옥했다. 또 친 모디 인사들이 장악한 주류 언론사들이 일방적 보도를 쏟아내면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경쟁 선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인도 안팎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정치학자 데브시 카푸르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인도의 민주주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WP에 말했다. 카푸르는 연정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가 3기 정부에서 모디의 권력을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법부, 언론, 시민사회가 위축되어 있었다”면서 “야당이 바람을 일으키면 더 많은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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