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리한 폐기물 온실가스 감축, 기업부담만 가중

2024-06-05 10:25:59 게재

기고
서재식 / 한국환경기술사회 대기관리분회장

최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의무가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기후변화 규제강화와 탄소중립 추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외 동향 파악과 탄소배출량 산정 및 온실가스 관리방안을 모색하는데 여념이 없다.

2030년까지 대체 연·원료의 개발과 탄소저감 기술의 상용화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산업부문 배출량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신의 탄소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감축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중 탄소중립 사각지대에 놓인 폐기물처리업계의 고충이 가장 크다. 제조업은 그나마 탄소중립형 공장을 신설하거나 온실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하면 되지만, 재활용이 불가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매립시설 등은 현실적 감축수단이 없다.

폐기물 부문은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이 46.8%로 가장 많은 산업부문이다. 원전·재생에너지 등 전환부문(45.9%), 수송 부문(37.8%), 건설 부문(32.8%), 산업부문(11.4%) 순이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만 있을 뿐, 세밀한 지원책은 빠져있다. 정부는 재활용 확대 및 바이오 플라스틱 대체 등으로 폐기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에 불과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마땅한 감축 수단이 없는 소각·매립시설 같은 국가기반시설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업종에서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각·매립시설과의 연관성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듣고 반영했더라면 이런 무리한 감축 목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성 없는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을 재조정하지 않고 강제할 경우,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최초의 좌초산업은 폐기물처리업들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폐기물 부문의 감축 부담과 배출권 구매로 이어지는 경제적 비용은 고스란히 폐기물처리 비용 폭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비용에 이어 전가된 폐기물처리비 인상 부담까지 떠안게 되어, 심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 일자리 감소 등 국가경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악몽 같았던 의성쓰레기산 사태, 불법 방치폐기물 양산 문제가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지금이라도 세심하고 공정한 맞춤형 탄소중립 정책의 변경과 더 많은 기술개발(R&D)예산을 투입하여 온실가스 감축 기술발굴에 힘써야 한다. 또한, 선진국처럼 탄소배출권 할당 업종에서 폐기물 부문을 제외하거나, 이도 안되면 46.8%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하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폐기물처리업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적극적인 수용(테스트베드 제공 및 비용투입 등)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효율화 추진과제 중 에너지재활용 방안으로 폐열회수 및 재활용이 포함된 만큼, 소각열에너지에 대해서도 공급받은 업체만 온실가스 감축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생산·공급하는 업체에도 똑같이 인정해주어 화석연료 대체 노력을 동시에 견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대가 기업의 위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업계부담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