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부동산 투자 ‘잠재부실’ 갈수록 커져
작년말 채무불이행 2.4조원 … 전분기 대비 1천억↑
유럽중앙은행 “상업용 부동산 가격 추가하락 가능”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의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실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채무불이행(EOD)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CRE)의 가격지수 하락이 둔화되고 EOD 증가폭이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유로존 CRE 가격 조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말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투자 잔액은 5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1000억원 중 2조4100억원(6.85%)에서 채무불이행(기한이익상실, EOD) 사유가 발생했다. 전분기 대비 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3분기 상승폭 9800억원에 비해서는 줄었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이 원인이다. EOD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금융회사의 전액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이나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EOD 해소가 가능하고, 자산매각시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잠재부실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이 밝힌 EOD 규모는 단일 부동산 사업장 투자에 국한돼 있고 22조5000억원 규모의 복수자산 투자는 포함이 안돼 있다. 복수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것은 주로 블라인드 펀드, 재간접 펀드여서 사업장 파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안에 10조6000억원, 2030년까지 44조8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만기연장으로 올해 만기도래 규모는 전분기 대비 2조2000억원 줄었다.
ECB는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중 유로존 CRE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하는 등 가격 조정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추가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 지역 CRE 대출 관련 자산의 질이 크게 악화되면서 4분기 해당 대출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9.2%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하락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나 추가 가격하락 위험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회사가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해외 부동산 투자손실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