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여당 7.25 전당대회에 ‘입김’ 행사할까
지난해 3.8 전대 때는 비윤 ‘저격’ … 친윤 김기현 ‘지원’
올해 상황 변화 … 비윤 강세에 ‘역부족’, 관객 머물 수도
친윤 “대통령과 억지 차별화하면 차기대선 도전 어려워”
용산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25 전당대회에 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할까. 대통령실은 지난해 3.8 전대에는 ‘김기현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7.25 전대에서는 ‘입김’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대통령실도 아직까지는 노골적인 개입을 주저하는 눈치다.
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해 3.8 전대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다. 윤 대통령에게 미운털 박혔던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고 치르는 전대였던 만큼 ‘윤심’이 제1변수였다. ‘윤심’과 거리가 있는 비윤 주자들을 겨냥한 저격이 잇따랐다.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전대 룰을 ‘당원 100%’로 바꿨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뜻을 밝히자, 돌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하더니 친윤 초선의원들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끝까지 출마를 고수한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이 언론을 통해 견제구를 날렸다. 22대 국회로 복귀한 나경원 의원이 지난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통해 (지지율) 5%로 출발하신 김기현 전 대표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게 많이 연출되지 않았나”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7.25 전대에서도 대통령실은 ‘부자연스러운 입김’을 시도할까. 현재 거론되는 유력 당권주자(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한동훈)가 전부 비윤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비윤 대표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윤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세론’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당 지도부를 기존 단일체제에서 집단체제로 바꾸고 싶어 한다. ‘한동훈 대표체제’의 힘을 빼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집단체제로 지도부가 구성되면 대표의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총선 백서특위가 백서에 ‘한동훈 책임론’을 강조해 견제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팽배한 상태다.
다만 대통령실과 친윤도 현실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3.8 전대처럼 노골적 개입을 통해 친윤 대표를 만들 힘도, 명분도 부족하다는 것. 우선 경쟁력이 압도적인 친윤 후보가 없다. 친윤 권성동·권영세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상대적 약세다.
반면 비윤 당권주자들은 강세다. ‘한동훈 대세론’이 회자될 정도다. 비윤 나경원·안철수·유승민도 경쟁력이 만만찮다. 지난해 억지로 ‘김기현 체제’를 만들었다가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는 점도 대통령실과 친윤이 ‘친윤 대표’를 재추진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결국 대통령실과 친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략 세 가지로 꼽힌다. △한동훈 출마를 막거나 △‘한동훈 대세론’을 꺾을 제3의 주자를 지원하거나 △한동훈 출마를 지켜만 보는 것이다. 일단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견제구를 날리지만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제3의 주자를 ‘한동훈 대항마’로 밀 수 있지만, 당내 심각한 분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전대에 개입하지 않고 관전만 하는 방법도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5일 “지금까지는 (대통령실이) 전대에 개입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는 걸로 안다. 지난해에는 전대 몇 달 전부터 ‘윤심’이 낙점한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난리였지만, 지금은 전대가 50여일밖에 안 남았는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개입할 뜻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전대의 관객으로만 머문다고 해서 ‘한동훈 체제’가 출범했을 경우 원만한 당정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과 친윤은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대신 협력을 선택할 것을 은근히 압박하는 눈치다. 친윤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억지로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대권 도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잘하는 건 따르고, 윤 대통령이 부족한 점을 자신이 채워주다보면 자연스럽게 대선주자로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어도 차기 도전을 훼방할 수는 있다는 정치권의 오랜 불문율을 앞세운 은근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