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맞춤형’ 당권·대권 규정 밀고 간다
이재명 대표 연임 결정 앞두고 민주당 당헌·당규 규정 손질
문재인 대표 때 만든 부패 방지·도덕성 강화 기준도 바꿀듯
“탈당계 80%, 오래 헌신한 당원 … 당원중심 원칙 세워야”
“국회 원 구성 문제가 마무리되면 이 대표가 입장을 내고 상황을 정리하지 않겠나. 6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대표직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 대표의 발표 시기만 남았다는 것이 당 내부의 지배적 관측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결정을 전제로 다음 일정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에)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당헌·당규 개정안 처리와 이행조치도 6월 안에 마무리 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대표적 임기와 관련한 예외규정은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절차고, 당원중심 대중정당을 위한 당원권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지만 권리당원 의견을 당 주요 결정에 반영하는 당원권 강화방안은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당원권 강화와 관련해 “당원 동지들의 집단 지성을 모아달라”면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숙고와 토론을 거쳐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민주정당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온라인 당원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 ‘당헌·당규 개정 토론 게시판’을 열었다.
이 대표는 “당원 중심 대중정당이란 가보지 않은 길, 동지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당원 토론 게시판을 열었다”며 “당원주권 강화를 위해 민주당이 해야 할 일부터 당의 운영과 당내 선거 과정에 관한 진솔한 의견까지,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로 게시판을 채워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의사를 반영하고, 시도당 위원장 선거도 전당대회 규정을 고려해 당원 비중을 높이고 대의원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원권 강화 방안은 지난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이 단초가 됐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당원 지지율이 높은 추미애 의원 대신 우원식 의원을 선출한 것을 두고 ‘당심 무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만명 이상의 당원이 탈당계를 내면서 불거졌다. 탈당 행렬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등의 안을 만들어 수습에 나섰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의 반발로 국한 할 것이 아니라 당원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행태에 대한 적극적 심판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4일 “탈당계를 낸 당원 80%는 10년 가깝게 당비를 내고 당에 헌신한 전통당원들”이라며 “당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탈당이라는 가장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연령이나 지역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수도권 호남 영남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당원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반영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사무처 설득에 (탈당자의) 20% 정도가 마음을 바꿨으나 아직 당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성지지층으로 불리는 최근 입당자 뿐만 아니라 전통적 지지층과 당원 내부에서 당원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5~4선 의원들과 오·만찬을 하면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며 ‘당원권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5일에는 국회의원·원외 지역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이번 주 중 3선 이상 의원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중론 등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당원권 확대 자체에 대해선 반대의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대표직 임기와 관련한 개정도 당초 해당 TF가 마련한 안으로 갈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당헌·당규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다. 민주당은 이 규정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둬 개정하려 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인사들은 개헌이나 탄핵 등으로 인한 현직 대통령의 궐위상태가 발생할 경우 등 예외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중진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내부의 제도정비 차원이라며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기소 시 직무 정지’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유발 시 무공천’ 등의 조항에 대해서도 개정 입장을 갖고 있다. 일괄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따져 대처해야 한다는 것인데 당 안팎에선 이 대표 연임을 위한 길 닦기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 대표 연임 여부가 논쟁이 된 시점에 개정안을 내놓고, 또 상당수 조항이 대선 출마·지방선거 공천 등 이 대표의 정치적 진로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지도부의 고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부패 방지와 도덕성 강화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전 대표 때 혁신위가 만든 기준인데 대체장치도 없이 이렇게 바꾸는 것이 맞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