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품질인증 부정 파문…경기회복 발목잡나
도요타 등 5개사 38개 차종, 일부 생산 및 출하 중단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자동차 생산 중단 주된 원인
도요타 등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가 품질인증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도요타 7개 차종과 혼다자동차 22개 차종 등 5개사 38개 차종의 품질인증 부정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성은 지난 4일 도요타 본사와 6일 스즈키자동차 본사 등에 대해 잇따라 현장검사에 나섰다.
국토교통성은 “부정행위는 소비자 신뢰에 역행하고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대단히 유감”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도요타는 ‘캐롤라 필더’ 등 7개 차종 170만대의 품질인증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행위는 충돌시 차량의 안전 및 환경기준에 관한 서류 조작 등으로 확인됐다. 도요타는 특히 3개 차종의 시험과정에서 보행자 보호를 위한 시험데이터를 허위로 보고하는 등 6개 부문에서 부정이 확인됐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요타를 사랑하는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다이하츠공업이 개발·생산하는 28개 차종의 품질인증 부정이 확인돼 올해 초 생산과 출하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생산과 소비 등의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0.5%, 연율 환산 -2.0%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 3분기 이후 2분기 만이다. 일본 경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1분기 성장률 후퇴의 원인으로 자동차와 핸드폰 등의 판매 부진으로 소비가 후퇴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말 도요타 계열사인 다이하츠공업 품질부정 사태에 따른 올해 초 생산 및 출하 중단이 소비 침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다이하츠공업과는 생산규모나 판매대수 등에서 비교가 안되는 도요타의 이번 조치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올해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민간경제연구소 등의 예측으로는 2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해 연율 환산 1.7~4.7%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총무성이 7일 발표한 4월 가계소비지출에 따르면, 4월 소비는 전년 동기에 비해 0.5% 증가해 1년2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6월 이후 자동차업체 품질인증 부정에 따른 생산과 출하 중단이 성장률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도요타는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 있는 3개 차종의 공장을 이달 28일까지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NHK는 6일 “도요타와 마츠다는 6일부터 5개 차종에 대한 생산을 중단했다”며 “부품을 공급하는 많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NHK는 이번에 생산이 중단된 차종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도요타만 1000개사 이상, 마츠다도 300개사 이상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다만 이번에 생산과 출하가 중단된 차종의 지난해 생산대수는 도요타 13만대와 마츠다 1만5000대 등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는 않다. 특히 혼다는 22개 차종에 걸쳐 누적 325만대나 품질인증 부정에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현재는 생산과 판매가 중단된 것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계는 최근 10년 동안 크고 작은 품질부정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쓰비시자동차가 경차의 연비 성능을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듬해 닛산자동차도 무자격자가 완성 검사에 나서고, 배기가스와 연비측정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가 발각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일본 자동차가 세계를 석권한 배경에는 규제당국과 업체가 상호협력해 품질을 높여왔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심사의 강화 등을 통해 개발현장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