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잇단 ‘개혁 성과’ 요구…“지지도 반등 기회”
윤희숙 “연금개혁해야 국민 앞 머리 들 수 있어”
여권 관계자 “4가지 개혁 성과내야 중도층 복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 ‘개혁 성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데 이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추락하자 “주요 개혁과제에서 성과를 내야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윤 대통령이 내건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과 의료개혁에서조차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6일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윤희숙 전 의원은 “당이 진정성 있는 정치세력이란 것을 인정받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까지 연금개혁을 해내야 한다”며 ‘연금개혁 성과론’을 강조했다. 윤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연금 구조개혁 내용을 담은 정부안을 빨리 받아 내년 말까지 해야 2026년 지방선거에 나가서도 우리가 국민 앞에 머리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연금개혁에서 성과를 내야 2026년 지방선거에서 표를 바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1대 국회에서 연금 모수개혁을 하자고 제안하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하자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윤 전 의원은 어떻게든 연금개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보였지만, 여권 수뇌부는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윤 전 의원이 느끼는 절박감은 최근 들어 여권서 곧잘 관찰된다. 여권은 총선 참패와 윤 대통령 지지도 추락으로 인해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까지 여권에 등 돌린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회로 인해 여권이 입법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6일 “윤 대통령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하면서 레임덕을 피하려면 빠른 시일내에 3대 개혁과 의료개혁에서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3대 개혁과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민생토론회에서도 “우리 정부는 추상적인 어떤 경제 슬로건이 아니고 교육, 노동, 연금, 의료 4가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는 개혁과제에서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심지어 의료개혁은 점점 더 꼬이는 형국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무능하다”는 인식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마지막 반등 기회”라는 여권 일각의 절박한 목소리와 달리 윤 대통령이 개혁과제에서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 3년 동안에도 무기력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