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10 민주항쟁과 지방자치

2024-06-10 13:00:01 게재

올해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37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전에서도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1987년 6월항쟁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를 위한 국민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만들어진 역사다.

특히 6.10 민주항쟁은 87체제라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통해 오랜 기간 이어진 군부독재 통치를 종식시킨 역사적 항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1987년 당시 전국적으로 퍼진 민주화 열기는 뜨거운 여름날의 기운을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대전에서도 학생과 청년 그리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1987년 6월 옛 충남도청 앞에서 동양백화점 사거리를 지나 대우당약국이 있는 목척교까지 길게 이어진 대열의 함성은 중구 전역에 퍼질 만큼 우렁찼다. 거리 옆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의 주인은 아이스크림을 박스 채 내놓고 시위대열을 격려했고 길가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분노하고,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를 거부한 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항쟁은 6월 내내 이어졌다.

6월항쟁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 마련

87체제의 등장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대표되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다른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오랜 군부독재 하에 모든 권력과 권한이 소위 서울·중앙에 집중된 중앙집권적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을 자치·분권사회로 이행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반쪽짜리 지방선거의 시작으로 1995년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역사가 시작됐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은 대통령직선제와 지방자치제 부활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함께 기억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87년 6.10 민주항쟁을 통해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도 어느덧 30년을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는 여전히 반쪽짜리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권한 상당부분이 중앙정부와 국회에 있다. 지방위임 사무라는 명목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틀어쥐고 내주지 않는다.

지방의회의 입법권조차 지역의 실정에 맞게 행사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의 꽃은 대표를 뽑는 선거만이 아니라 시민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지방자치·주민자치에 있다.

시민에게 더 많은 권한을 지역에 부여하는 ‘지방분권’과 더 많은 자원을 지역에 분산하자는 ‘균형발전’이 제도 취지에 맞게 실행되어야 한다. 지역적 특성에 걸맞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더 많은 권한과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결정은 중앙정부와 국회를 거쳐야 한다. 지역이 하향식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시책의 수혜자로만 머문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더딜 수밖에 없다.

주민이 결정하는 지역혁신체제 구축해야

지역은 중앙의 수혜자가 아닌 문제의 해결자로 나서기 위한 지역혁신제체를 구축해야 한다. 관료가 결정하고 주민은 수혜자에 그치는 지방자치의 흐름을 끝내야 한다.

오히려 주민이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중앙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치정부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6.10 민주항쟁을 통해 염원했던 지방자치는 또 이렇게 성장해야 한다.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