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유치전, 누가 웃을까?
20년만에 재도전하는 제주
인천은 ‘경제협력’ 앞세워
경주 “역사·문화 중소도시”
2025년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을 두고 제주도와 인천시, 경북 경주시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 도시 모두 차별화된 지역문화와 기반시설 등을 내세우며 APEC 정상회의 유치 의지를 다졌다. 지난 7일 진행된 유치계획 현장발표를 끝으로 모든 유치활동이 마무리된 만큼 이달 중 발표될 최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도는 20년 만에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도전장을 냈다. 2004년 경쟁에서 부산시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제주도는 7일 최종 발표에서 해녀 김형미씨가 해녀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문화를 비롯한 제주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소개했다. 이어 오영훈 지사가 발표자로 나서 숙박시설 등 제주도의 준비 정도를 설명했다. 제주도가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이자 2005년 국가 차원에서 ‘세계 평화의 섬’을 선언했고, 6차례의 정상회담과 2001년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제주포럼 등 검증된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을 내세웠다.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등 전 세계가 인정하는 천혜의 자연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문화 역시 제주가 내세운 경쟁력이다.
제주도는 APEC 회의 최적지임을 자신하면서도 정치적 고려가 변수가 돼선 안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오영훈 지사는 최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APEC 정상회의는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인천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유 시장은 지난달 현지실사에서 검증된 세계적 수준의 송도컨벤시아와 호텔 등급별 충분한 숙박시설, 인천국제공항 등 압도적인 접근성, 최고의 경호안전 여건 등을 장점으로 소개했다.
인천이 내세운 또 다른 경쟁력은 무역투자다. 우리나라 무역투자 최대 파트너인 APEC 회원국들과 인천이 선도하는 바이오·반도체 등 신흥 핵심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 밖에도 APEC 준비단을 단일 조직으로 확대 편성하는 등 책임 있는 지원을 약속했다.
유정복 시장은 “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바로 경제협력이며, 인천이 바로 이 의제에 부합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라고 강조했다.
3개 후보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경북 경주시는 역사문화도시를 최대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경주가 신라 천년고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이자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점을 앞세운 전략이다.
일부에서 숙박시설 부족 문제를 거론하자 경주시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반경 3㎞ 안에 최고의 시설을 갖춘 103곳 4463호실을 갖추고 있다며 반박했다. 또 반경 10㎞까지 확대하면 1333곳, 1만3265호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경주시 설명이다.
또 세계정상들의 경호에 최적화된 보문관광단지 등도 유치에 유리한 여건으로 소개했다. 특히 김해국제공항은 군사목적 공항이라는 특성 상 해외 정상들이 군 시설을 통해 출입국할 경우 일반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선택이 된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주회의장 주변에 정상용 5성급 호텔, 리조트 등 숙박시설은 정부대표단 수요대비 157%를 충족하고 있다”며 “과거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대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사용했고, 멕시코 로스카보스, 인도네시아 발리, 베트남 다낭 등은 역사문화 중소도시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는 개최도시선정위원회의 회의를 거친 뒤 이달 중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김신일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