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불안 고조…지자체 대응 고심
행동요령안내 등 “안전 최우선”
김동연 “대북전단 살포 단속”
정부 “지자체 피해지원 뒷받침”
대북전단·오물풍선 살포, 확성기 가동 등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과 접해있는 경기·인천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남북 간 강대 강 대결이 계속되면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11일 수도권 지자체들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최근 남북 긴장상황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특히 경기도는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며 직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는 확성기 재개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는 앞으로 접경지역 안보 상황이 악화된다면 ‘재난발생 우려’ 단계로 보고 관련법에 따라 위험구역 지정, 전단 살포 행위 엄중 단속 등 필요한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11일 오후 2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 2020년 6월에도 접경지역 5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대북전단 살포단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0일 오후 시청사 충무기밀실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서울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 오물풍선 관련 서울시 통합방위회의를 열었다. 오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연이은 북한 오물풍선 도발로 서울시민들이 불쾌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통합방위 위원, 전문가들과 현 상황을 평가해보고 서울시 차원에서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불안감을 덜어드릴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북한 오물풍선 추락 상황을 사회재난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상황이 재난안전기본법상 사회재난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피해 발생 시 시민안전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북한 오물풍선 신고가 접수된 지난 9일 상황보고를 받고 “시민 안전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는 군부대·경찰 등과 공조해 신고된 오물풍선을 전량 수거하고 풍선발견 시 접근 자제 등 행동요령을 알렸다. 유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비상식적인 풍선 살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 대응에 발맞춰 인천시도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과거 남북 대결국면에서 군사적 충돌로 피해를 입었던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하자 북한이 ‘새로운 방식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서면서 당분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천희망네트워크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19개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연천군은 지난 2015년 북의 고사포로 추정되는 포탄이 떨어져 주민들의 안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던 기억이 있는 지역”이라며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을 용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안전과 평화를 위한 법적 제반조치는 필요하다고 했다”며 “주민 생존권이 걸린 만큼 접경지역 내 외부단체의 대북 자극행위에 적극적인 개입을 정부와 경기도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북 오물풍선 살포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행안부는 현재 북한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피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나 그 전이라도 해당 지자체가 피해주민에 대해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태영·김신일·이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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