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채권 순매수 20조원 돌파…전년대비 20% 증가
금리인하 기대에 2년 전보다 5배 급증
단기 고금리 수익, 장기 매매차익 추구
국내 증시 지지부진 흐름에 자금 이동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채권 순매수 금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2년 전보다는 5배가 넘게 급증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단기채로는 높은 이자수익을 얻으며, 장기채로는 향후 금리인하 시 매매차익까지 노리는 투자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고금리 채권투자 ‘매력’ … 바벨투자전략 =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총 20조3693억원의 채권을 사들였다. 5월 말까지 순매수 금액은 19조48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한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2022년 중순 이후 매월 3조~4조원씩 꾸준히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4월 4조5273억원을 순매수 한 이후 5월에도 국채, 기타금융채(여전채),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수요가 지속되면서 3조5117억원어치 순매수를 이어갔다. 올해 월 평균 순매수 금액은 3조8979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금리 채권의 높은 이자수익 매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3.4% 수준으로, 저금리 시대 2020년 1% 보다 크게 오른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 예금금리는 최근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채권금리는 상승하면서 투자 유인은 더 높아졌다. 아울러 20년물·30년물 장기채권의 경우엔 금리 인하 땐 매매차익을 볼 수 있다. 이에 최근 개미들은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를 동시에 사들이는 ‘바벨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벨 전략은 중간을 버리고, 양극단(안전·위험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는 투자 전략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은 국채 3, 국채 제외 7로 나뉜다. 개미가 가장 선호하는 채권은 국채로, 5월 말까지 총 6조2405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자금을 단기간 파킹하기 위한 잔존만기가 짧은 채권에 대한 수요와 장기채를 통한 듀레이션 베팅 수요는 4대 6 비율로 나타났다.
단기채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 19-5 (5년물), 국고 21-10 (3년물)을 3300억원 순매수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20~30년 만기 국채 중 표면금리가 낮은 국고 20-2(30년물), 국고 20-7(20년물), 국고 21-2(30년물)를 가장 선호했다. 5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장기채인 ‘국고 20-2(30년물)’로 총 3조8426억원을 가지고 있다.
◆5월 채권금리 하락 마감 = 한편 금투협이 발표한 ‘5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채권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과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지수, 완화된 우리나라 물가지표가 강세로 작용하면서 하락 마감했다.
월초에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우리나라 4월 CPI상승률이 2.9%로 물가 우려가 완화되면서 하락 출발했다. 이어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금리는 추가 하락했고 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4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둔화되며 금리는 하락세가 유지됐다.
다만 중순 이후 미 연준위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신중한 스탠스를 표명한 발언의 영향으로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이어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예상대로 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월 후반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도세 영향으로 금리는 하락 분을 일부 되돌리며 마감했다.
5월 채권 발행규모는 국채, 통안증권, 금융채, 회사채가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8조6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발행 잔액은 국채, 금융채 등의 순발행이 21조원 증가해 2801조원을 기록했다.
투자자별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전월대비 채권거래량이 은행(6조6060억원) 자산운용(6조6060억원), 보험(5조20억원), 기금·공제회(7조2220억원), 외국인(2조5270억원) 등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국채 3조980억원 등 총 3조48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5월 말 기준 국내 채권보유 잔고 규모는 전월 247조2000억원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한 251조원을 기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