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단계 휴전안’으로 이-팔 압박
블링컨 “네타냐후 확약, 하마스 수용 희망적” … 정작 이-하마스는 시큰둥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어젯밤 네타냐후 총리와 만났고 휴전 제안 준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블링컨이 언급한 휴전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제안했다며 공개한 3단계 휴전 방안이다.
휴전안은 △6주간의 완전한 정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블링컨 장관은 또 유엔 안보리의 3단계 휴전안 지지 결의를 하마스가 환영하고 수용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것은 열흘 전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안을 발표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희망적인 신호”라며 “그러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의 발언인 만큼 그들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휴전 이후 가자지구 계획에 관한 대화가 오늘 오후부터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계획들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 면담과 관련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지 않아 미국과는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전날 안보리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주도한 휴전안 지지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 역시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등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11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제시한 최신 휴전안에 대한 답변을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가자지구 종전을 위한 협상 타결에 긍정적으로 임할 준비가 됐다”면서 “우리의 답변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해를 우선시했다. 합의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공격의 완전한 중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관리도 로이터 통신에 “하마스의 답변은 어떠한 합의도 팔레스타인 시민에 대한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격 중단과 이스라엘군 철수, 가자지구 재건 사업, 진지한 수감자 교환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종전과 철군 조건이 갖춰져야만 휴전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별개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격퇴와 인질 전원 석방,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 목표 달성 없이는 하마스의 두 가지 핵심 조건(영구휴전과 이스라엘군 완전철수)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링컨을 면담한 네타냐후 총리가 회담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채널12 방송 등 현지 언론은 휴전안에 인질 전원 구출과 하마스 제거 등 전쟁 목표 달성 이전에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고 군대도 철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8개월을 넘어선 가자전쟁을 빨리 마무리하고 11월 대선 성과물로 챙기고 싶은 바이든 행정부의 바람과 달리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최대한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관철하려고 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