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중한 기부가 불러온 나비효과

2024-06-12 13:00:08 게재

2년 연속 세수급감이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이 줄면서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안 쓰는 도로를 민간에 팔겠다는 지자체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무자녀세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천학지어(泉涸之魚), ‘마른 샘의 물고기’처럼 서로 돕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뭄이 심해 바닥을 다 드러낸 샘 안의 물고기들이 거품을 품어 서로를 적시며 간신히 버티어 내는 것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연초부터 세수급감의 여파로 도서관도 국가 공모 사업 규모와 도서구매 예산이 감소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달았다. 정작 이런 언론 기사 덕분에 감동을 경험하는 호사를 누렸다. 기사를 접한 한 이용자가 기부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컸던 세대로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마땅히 돌려줘야 한다”라는 부채감으로 평소 일정 금액을 정해 기부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도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도서관 직원들을 위한 간식까지 두 손 가득 들고 왔다.

송파구립도서관 개관 20여년 동안 개인 기부는 처음이다. 불특정 다수가 찾아오는 공공도서관 특성상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려왔던 직원들에게 큰 감동과 격려가 된 것은 물론 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지역 내 기업 기관들의 후원이 큰 힘 돼

근대 서양을 중심으로 시작된 ‘차별 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지적 수호자’로서의 도서관의 개념이 적용된 국내 첫 사례는 허 균의 ‘호서장서각’이다. 허 균은 책 1만권을 모아 강릉시 초당 경포호수 옆에 ‘호서장서각’을 세우고 지역 교생과 유림들에게 책을 빌려줬다. 인쇄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그 당시 책은 문중 사람들에게만 빌려줬던 가문 대대로 권력과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재화였다.

평소 급진적인 개혁사상을 실천했던 허균이 이를 깬 것이다. 도서관은 이처럼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자기교육’의 전당으로, 최근에 와서는 지역의 문화예술 공공 플랫폼의 기능까지 더해져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 대표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다소 중의적인 의미의 책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통해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가르쳐 주는 장소로 배움에 대한 열망에 불을 붙이는 귀중한 지적장치이므로 이 ‘성역’에는 시장원리와 정치이데올로기를 일절 개입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런 이유로 지역 내 기업, 기관들이 부족한 예산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송파글마루도서관, 송파위례도서관, 거마도서관 등은 지역 내 기업의 후원으로 문화 소외 계층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송파글마루도서관은 구청의 주선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받아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서관 위한 기부문화 확산돼야

올해는 개인 기부자의 제안을 반영해 일상의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기부 방법도 안내하고, 풍요로운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은퇴자를 위한 실용서, 인문학 도서, 베스트셀러 등을 구비해 지역주민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인구감소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단비가 된 것처럼 도서관도 작지만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이뤄낼 기적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행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꿈꾸게 할 것이다.

조수연 서울 송파글마루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