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종결처리에도
'명품백 수사' 의지 다지는 검찰
이원석 “수사 일정 차질 없이 수행”
윤 대통령 직무관련성 여부 따질듯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다며 종결처분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에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권익위 결정과 무관하게 일정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이어서 권익위의 판단과 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익위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 사건을 종결처리했지만 검찰은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출근길에서 “검찰 차원에서 수사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김 여사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전날 권익위의 결정이 나오자 “구체적 결정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권익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 권익위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신고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했다”는 전원위원회의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은 것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만 밝혔다.
검찰은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소관 부처인 만큼 김 여사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분한 구체적 사유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아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다. 다만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소속기관장이나 감독기관 등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지체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과 180만원 상당의 명품화장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모두 진품이라면 금액 기준으로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관건은 윤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이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도 김 여사를 처벌할 순 없지만 윤 대통령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시기 전후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위촉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고 실제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신고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확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에게 선물을 되돌려주지 않은 것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앞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고에 귀속돼 최 목사에게 선물을 반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말한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대통령 선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법 위반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무 관련 김 여사의 금품수수를 인지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아 당장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알선에 관한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뇌물죄와 달리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도 공무원 직무에 관한 사항 알선으로 금품수수한 사실이 확인되면 실제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은 법리 적용에 앞서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선물을 제공한 최 목사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만큼 다음 단계로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 연락 과정에 관여한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 등이 참고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후 사실관계를 다진 뒤 김 여사 소환 여부와 시기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