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대 보이콧…여야, ‘끝 모를 대치’
야, 12일 법사위 단독 개최 … 의장·위원장 선출 이어
여, 사흘째 의총 열며 국회 일정 거부 … 장기전 ‘고심’
독주 대 보이콧. 22대 국회가 ‘끝 모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거대야권은 ‘나 홀로 질주’하고, 소수여당은 국회 일정 전면거부로 맞서고 있다. 고된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하루빨리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 법사위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을 논의한다. 단독 개원·국회의장 선출(5일)→단독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10일)에 이어 국회 상임위도 단독으로 여는 것. 이날 법사위에 여당 의원들은 불참할 예정이다. 야당 의원들만 참석하는 법사위는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말에 야권이 추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불발됐다. 야권은 이날 법사위에 이어 다른 상임위도 조만간 단독 소집해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13일 본회의에서는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도 선출할 태세다. 여당이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지 않으면 이 역시 야당이 차지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야권은 6월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24~25일)과 대정부질문(26~28일)도 실시한다. 이 역시 야권 단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12일 오전 사흘째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내에서는 “야권의 독주에 맞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다수를 이루면서 이날도 국회 일정에 불참했다. 일부 의원은 “국회에 참여하면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지만 강경론에 밀리는 분위기다.
여당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결의안은 여소야대 지형에 따라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여당은 당내 설치한 특위를 통해 국회 상임위 활동을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교육개혁특위 등 3개 특위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여당 내에서는 ‘보이콧 전략’의 시한을 놓고 고민이 엿보인다. 장기전으로 갈 경우 3가지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고 △야당이 추진한 법안에 대한 재투표가 이뤄질 경우 부결 시키기 위해 국회 본회의 참석이 불가피하고 △7개 상임위원장·국회부의장 등 자리를 놓고 자중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여권 관계자는 “중진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이나 국회부의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당에서) 보이콧으로 이걸 원천봉쇄하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과거 총선 패배로 배분되는 상임위원장 자리가 줄어들자 임기(2년)를 1년씩 쪼갠 뒤 나눠 맡기도 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