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살얼음판’
대구시 명칭·위치 일방통행
경북도 내부반발 의식 신중
지난달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지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난 4일 행안부장관 지방시대위원장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등이 만난 4자회동에서 올해 말까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오는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추진일정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행정통합이 다시 공론화되면서 여기저기서 걸림돌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홍 시장의 ‘정면돌파식’ 발언이 특히 경북 북부주민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시장은 경북도와 협의 없이 행정구역 명칭, 청사 위치 등을 밝혀 반발을 샀다. ‘통합은 대구광역시를 키우자는 것’ ‘경북이라는 지명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발언도 문제가 됐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경북 통합의 핵심 과제는 도(道)를 집행기관으로 통합하고 안동에 북부청사, 포항에 남부청사를 둬 …”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장 경북도청 신도시가 있는 예천군이 반발했다. 경북도청 신도시와 예천읍 원도심에는 예천군민 일동 명의의 ‘경북·대구 행정통합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경북도의회에서도 이를 걱정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허복 도의원은 11일 “행정통합 지자체 명칭에 반드시 ‘경북’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도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행정구역 명칭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제”라며 “대구경북이라는 명칭을 공동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 지사는 이어 “(통합을 통해)더 큰 자치권을 가져오면 대구시와 경북도의 청사는 기존대로 운영하고 더 추가되는 것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북부권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대구시와 경북도의 실무추진단은 두차례 만났으나 삐거덕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 시·도는 2차 만남에서 특별법 제정 등에 합의했지만 완전한 분권형 통합자치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대구시는 단계적 권한이양을 주장했고 경북도는 국방 외교 통일 등을 제외한 포괄적 권한 지방이양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과 교육 경찰과 소방의 통합방안도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다.
대구시가 11일 발표한 시장직속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 구성 발표도 경북도를 당혹하게 했다. 경북도에 사전 귀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그동안 도정중점정책으로 추진해온 지방시대정책국과 미래전략기회단을 중심으로 통합추진단 구성을 준비했지만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표를 미루고 있었다.
도 관계자는 “협의되지 않은 사안을 불쑥 발언하거나 발표해 당혹스럽다”며 “대구시와 달리 22개 시·군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해야 하는 경북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행정통합에 대한 반발여론이 확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