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석면피해예방과 헤어질 결심했나

2024-06-13 13:00:16 게재

우리나라는 2009년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석면관리를 시작했다. 과거 석면광산과 석면공장에 다녔던 노동자와 그 주변에서 살던 많은 주민들에게 석면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지하철에서도 석면 때문에 폐암에 걸린 석면피해자가 여러 사람 나왔다. 석면안전관리를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당시 건축물을 철거할 때는 미리 석면조사를 하고 전문업체에 맡겨 철거하도록 했다. 2012년부터는 석면철거현장에 석면감리도 배치하고 비산측정도 하게 했다. 또 공공건축물과 다중이용시설을 석면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석면건축물관리제도를 도입했다.

학교석면과 주택 슬레이트 제거가 시작됐다. 이 사업비는 학부모와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에서 전액 지원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문제가 터져나왔다. 이권개입과 업자들의 과욕 때문에 부실공사와 보고서 조작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관련 기관들의 부실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2023년 이은주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자료를 확인한 결과 그동안 설마했던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의 핵심은 하나같이 업무담당 부처의 업무소홀과 관심부족, 관계부처간 관리의 연계성 미흡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부실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합동대책이니 뭐니 하면서 힘없는 석면처리업자들만 옥좼다. 그런데도 부실문제는 끊이질 않았다.

끊이지 않는 석면 부실 관리

밝혀진 부실사례는 이렇다. 학교석면해체공사 중에는 작업장 주변 공기중의 석면비산을 측정하고 석면해체작업이 끝나면 교실내부에서 석면농도 측정결과를 석면감리와 학부모 모니터단, 학교측에 알리게 돼 있다. 또 해당 시·군·구청과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는 측정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를 접수한 기관에서는 업자가 제출한 측정결과보고서의 허위여부와 적정성을 꼼꼼히 확인하고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서랍에 처박혀진다. 보고서를 검토할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석면해체학교현장은 업자들의 세상이 된다. 학부모 모니터단도 총책임자인 학교장도 교육청도 감독과 감시를 한답시고 완장을 차지만 석면 전문성이 없어 현장은 허수아비를 세워 둔 것이나 다름없다.

주택슬레이트처리사업도 문제투성이다. 환경부가 주택슬레이트를 철거하는 것은 주민의 석면피해예방을 위해서다. 이 사업은 약 13년 동안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십수년간 추진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농촌 마을은 매년 슬레이트를 철거하는 석면작업현장이 연중행사처럼 펼쳐진다. 주민이 석면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위험 환경이다

진정한 피해 예방 대책 마련돼야

때문에 이 사업에도 석면안전관리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한마디로 도시는 석면관리가 필요하고 농촌은 안해도 된다는 농촌차별, 무시정책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거다. 여기다가 한쪽에선 농촌을 살리겠다며 귀농귀촌사업을 벌리고 있다. 석면으로 범벅된 농촌인데 여기에서 젊은이더러 아기를 키우고 꿈을 키우라고 권유한다. 또 많은 노동자 종사 공장이나 기업은 아예 석면관리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그러면서 안전제일, ESG경영을 말한다. 이게 과연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한 앞뒤가 맞는 얘기인지 아니면 정부의 책무에 맞는 정책인지 묻고 싶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석면피해예방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최학수 환경안전보건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