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울수록 손해, 한우산업 왜 이렇게
지난해 한우 92만9천마리 도축 생산량 증가 … 2022년부터 생산 증가 ‘경고’
“한우는 지금 팔수록 손해다. 한마리 키우면 200만~300만원 손해난다.”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한우 가격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고 있다. 한우 농가 지원 방안을 담은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한우농가를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구이용 소고기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한우가격에 가격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우농가 반발이 아직 국민적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13일 전국한우협회는 “다음달 2~3일 중 전국 각 지역에서 한우를 싣고 온 농가들이 서울에 모여 ‘한우 반납 집회’를 개최한다”며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우 산지가격과 도매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생산량 증가 때문이다. 이미 2020년부터 한우 생산량 증가로 가격 하락이 예고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생산 감축과 함께 소비 증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최근 한우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당시 “사육 마릿수 증가로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는 100만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한우고기 도매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육 마릿수 정점은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도축 마릿수는 2023년 92만9000마리에 도달했다. 2021년 79만4000마리, 2022년 86만9000마리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도축 규모도 각각 97만5000마리, 93만2000마리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한우농가의 수익은 악화됐다.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73만7000원(106.9%)이나 증가했다. 사료비와 자가 노동비 등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지만 한우고기 평균 경락값이 1㎏당 2022년 2만980원에서 1만8619원으로 11.3% 하락한 탓이다. 한우 암소 산지값은 600㎏ 기준 2022년 555만9000원에서 466만9000원으로 16.0% 급락했다.
2022년에도 한우농가의 손실은 컸다. 비육우 한마리당 68만9000원, 번식우 한마리는 40만9000원이었다. 올해도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료값 등 생산비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우고기 가격 지지는 생산량 감소와 함께 수요도 증가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2024년 100만마리 수준이 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우 가격이 도축(국내 생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코로나 시기 한우 가격은 도축 증가에도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수요 확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