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는 대출 급증…기업은 수익성 최악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6조원 증가
지난해 영업이익률 10년 만에 최악
가계 빚은 급증했고 기업 수익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핵심주체인 가계와 기업이 모두 부채의 늪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4년 5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6조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1조7000억원) 1년 만에 감소했지만, 4월(5조원) 다시 반등한 이후 두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증가폭도 지난해 10월(6조7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0조7000억원)은 5조7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8000억원)은 3000억원 늘었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 증가 등에 따라 자금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이차보전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신용대출도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자금수요 증가와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1291조6000억원)도 전달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1조1000억원)과 중소기업(5조8000억원) 모두 증가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도 8000억원 늘었다. 예금은행의 5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354조6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5조원 증가했다.
한편 기업 수익성은 최악을 보였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3만2032곳)의 영업이익률은 3.8%로 전년(5.3%)보다 크게 하락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 비용)도 219.5%로 집계돼 전년(443.7%)보다 크게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수준인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의 40.1%로 전년(34.6%) 대비 5.5%p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인 기업은 같은 기간 38.9%에서 31.7%로 7.2%p 감소했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이 상승하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증가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성장성도 나빠졌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6.9%에서 지난해 -2.0%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20년(-3.2%)과 2015년(-2.4%)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대기업(18.1→-2.8%)과 중소기업(12.3→1.4%) 모두 매출액 증가율이 떨어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