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1년 만에 ILO 이사회 의장국 유력
이정식 장관 “노동권 신장 노력, 국제적 인정” …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차별’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21년 만에 국제노동기구(ILO)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 의장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IL0 총회에 참석 중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고용부 기자단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한국)가 21년 만에 ILO 이사회 의장국 단독 후보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서는 물론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많은 법 제도 개선이라든가 정책적으로 추진을 해왔다”면서 “그 결과로 2021년 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 비준과 그에 맞춘 노동관계법 개정 등 노동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것이 국제적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ILO는 이사회 의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의 의장 선출을 15일 확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ILO 이사회 의장국이 되며 윤 대사는 1년 임기의 의장직을 수행한다.
노·사·정 3자 기구인 ILO 이사회는 총 56개 정부 이사국(정이사 28개국, 부이사 28개국)과 66명의 노사 이사로 구성돼있다. 관례적으로 ILO 이사회 의장은 정부그룹에서 추천하는데 한국이 정부그룹에서 이사회 의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다만 의장을 뽑을 때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보고 뽑기 때문에 의장을 배출한 국가란 의미로 의장국이라고 표현한다.
이사회 의장 임기는 약 1년이다. 제351차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수임하면 354차 이사회까지 의장을 유지한다. 354차 이사회는 대략 내년 6월에 열린다.
앞서 한국은 7일 ILO 총회에서 ILO 이사회의 정부측 정이사국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한국이 정이사국이 된 건 1991년 ILO 가입 이래 여섯번째다. 정이사국은 매년 3월 6월 10월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참여해 ILO의 예산·결산, 주요 사업계획 수립 및 사무총장 선거 등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표결권을 갖는다. 부이사국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으나 표결권은 없다.
이 장관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후 위기, 새로운 형태의 고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령화·차별 문제 등에서 어떻게 하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할 것인가가 세계적인 공통의 화두”라면서 “노동환경 전환기를 맞은 시기에 한국이 이사회 의장국을 맡는다는 건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ILO에서는 노·사·정 간 갈등 못지않게 국가 간 생각이 다르다”며 “노동자 단체의 파업권이 국제협약으로 보호하는 단결권에 해당하는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는 문제를 놓고도 국가 간 견해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다양한 참여 주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책이 한국에 맡겨졌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의 중대 현안인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업종별 구분을 ‘차별’이라고 표현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88년 제1·2그룹 구분 등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나눠 적용한 선례도 있는 데다 관련 법률에도 구분이 가능하게 한 점, 합리적 이유 없이 ‘업종 구분’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장관은 업종 구분 문제 역시 최저임금위가 결정할 사안이지 장관이 따질 일이 아니며 특히 위원회 내 공익위원들을 노동계와 재계 측이 얼마나 타당성 있게 설득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 내 전문가들이 소신껏 독자적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사회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그분들이 결정하게 존중하고 보장하는 게 맞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