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추가 기소에 “검찰 수준 떨어져” “정계 은퇴 해야”
대북송금 관련 추가 기소 … 4가지 재판 받아야
“명백한 정치기소, 야당탄압 인식 바뀌지 않을 것”
“한국정치 걱정거리 돼 … 희대의 무리수 써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민주당이 ‘대통령 정적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책임지고 정계은퇴 하는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존의 대장동·백현동, 위증교사, 선거법 등 재판에 이어 4번째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측근들을 희생시켜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측은하고 무책임한 리더십도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보던 국민 인식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여권의 파상 공세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12일 검찰의 4번째 기소에 대해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면서 “이럴 힘이 있으면 어려운 민생을 챙기고 안보, 경제를 챙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검찰 조작 수사’의 결과라며 관계자 고발과 특별검사 수사 도입,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은 “검찰은 왜 지난해 구속영장 기각 후에 기소하지 않고 이제와서 추가 기소하는가”라며 “명백한 정치 기소로, 검찰이 또다시 야당 탄압과 대통령 정적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대북 사업을 내세워 쌍방울 계열사의 주가를 부양하려던 목적이었음이 국정원 내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은 이 사건 주요 관련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증인 매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제출한 특별검사법에 이어 국정조사 계획도 내놨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특검이 늦어진다면 국정조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라며 부당성을 강조한다는 구상이지만 당장 4가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 등에 대한 ‘사법 리스크’ 부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상적인 당무수행이 가능하겠냐는 식의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겠느냐”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야당탄압이라는 인식이 총선까지 이어졌는데 이번 기소로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불구속기소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고 평가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를 향해 “쫄리면 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쫄리면은 ‘겁먹으면’이란 뜻의 속어다.
박 원내대변인은 “무소불위의 힘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에 나선 이 대표지만 주변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절대적 두려움과 공포감이 느껴진다”면서 “이 대표의 독선적 리더십과 고집이 아무리 강해도 검찰과 사법부의 시계는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처음에는 민주당의 근심거리더니 갈수록 한국 정치의 걱정거리가 되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며 “이 대표는 움직일 때마다 민주당과 대한민국 정치를 부수는 ‘검은 코끼리’”라고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9년 6개월의 선고를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의 측근 아닌가. 어떻게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 모르게 어마어마한 돈을 북한에 넘기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가 본인의 방북을 위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면, 본인이 알았든 몰랐든 간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하는 게 정상적인 정치인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공범들이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있으니, 자기도 무죄 못받을 거 잘 알것”이라며 “재판을 미루거나, 개헌이나 탄핵 등 무리수를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무리수’ 논란이 제기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12일 당무위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17일 중앙위원회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도 확정한다.
당 대표·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현행 당헌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지도부가 대통령 궐위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맞춤형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조 친명(친이재명) 그룹 ‘7인회’ 출신의 김영진 의원은 “굳이 오해 살 일을 왜 하나. 이 대표만을 위해 민주당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11일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해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2일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당헌 개정이 이 대표를 위한 게 아니다. 예외 조항이 없어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