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과 갈등을 경합과 협치로 만드는 사람들
통합정치와 리더십/유재일 지음/운주사/4만5000원
우리나라는 갈등공화국이다. 압축적 경제성장과 함께 압축적인 민주화를 통과하면서 사회갈등과 정치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갈등을 맞는 구조로 뒤엉켜 있다. 남북한의 갈등, 이념갈등, 국가와 시민간 갈등, 계층간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강도 높게 혼재돼 있다.
‘통합정치와 리더십’을 쓴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는 갈등해소 방법으로 ‘통합정치’를 짚어냈고 10명의 리더십을 통해 그 힌트를 얻어냈다.
유 대표는 “사회균열이 주로 국가권력, 정치권력과 관련된 정치적 사안들을 중심으로 발생한다”며 “정치균열이 사회균열을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일부 사회갈등을 정치투쟁으로 전환시키면서 사생결단식 갈등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합정치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의지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갈등을 상승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합’과 이를 이끄는 ‘통합리더십’을 제시했다.
적대적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는 현실정치에서 ‘통합’과 ‘통합리더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유 대표는 “경합과 협치의 정치는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먼저 자문했다. 그러고는 “적대와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정치문화, 정치제도, 정치리더십에서 찾았다. 문화와 제도는 서로 톱니처럼 맞물려 있고 종국엔 리더십을 만나게 된다. 통합의 정치를 향한 ‘관용적 시민문화와 정치적 다원주의’와 ‘협의제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이 ‘좋은 정치 리더십’과 융합할 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선순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유 대표는 좋은 정치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명예심, 권력의지, 공사구분, 정치기술을 들고는 충분조건으로 진실, 용기, 관용, 통찰을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김대중과 함께 중국의 쑨원, 미국의 루스벨트, 인도의 네루, 프랑스의 미테랑, 남아공의 만델라, 영국의 블레어, 일본의 무라야마, 독일의 메르켈, 브라질의 룰라를 ‘통합 리더십’의 주인공으로 꼽았다. 그는 “희망과 미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시민과 정치리더를 포함한 모든 정치행위자들의 정치적 윤리와 사려깊음이 요구된다”고 했다.
유 대표는 표지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붓꽃들’을 담았다. 그러면서 통합정치가 “진흙에서 자랐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연꽃이나 아름답지만 뾰족한 가시 때문에 위험하게 느껴지는 화사한 장미보다는 칼 모양의 잎과 붓을 닮은 꽃봉오리를 지닌 다채로운 붓꽃”이거나 “고결한 정치나 열정의 정치보다는 들녘이나 도심 곳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붓꽃이 함축하는 다양성과 연결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대전대 교수, 한국정당학회장, 국회도서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