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고령화 청년층 진입
청년층 건설업 진입, ‘안전한 현장’부터 만들어야
저가수주 현장에서 ‘안전은 사치’, 제반 개선노력 무력화 … ‘모두의 제값 확보’가 건설안전 출발점
청년층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위험한 작업환경’이다. 2022년 전체 업무상 사고사망자는 874명인데, 그중 건설업이 402명으로 46.0% 차지했다. 같은 해 건설업취업자수 비중 7.6%에 비하면 매우 높다.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 퍼밀리아드)은 전산업의 0.43에 비해 건설업이 1.61로 3.7배에 이른다. 타 산업에 비해 산재가 많은 여러 이유 중 하나로서 ‘고착성’을 꼽는다. 건설생산물이 ‘땅에 붙어 있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옥외 생산이 불가피해 근로자가 악천후에 노출되고 작업공간이 수평 수직으로 분산돼 안전관리가 어려우며 높은 곳에서의 작업이 많아 위험성이 가중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특성을 지니지만 우리만큼 심각하지 않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건설업 사망만인율은 2.48인데 비해 영국 0.19, 호주 0.22, 독일 0.36 등으로 나타나 유독 우리가 높다.
한편 우리사회는 지속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규제와 교육을 강화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2022년의 건설업 사망만인율은 2.16으로 10년 전인 2013년의 2.21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현장에서는 ‘불합리한 공사비 삭감’이 산재예방 노력을 무력화하고 ‘현장단위 접근’으로는 소규모현장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고 한다.
#. 안전걸이 없이 작업하는 현장, 그 현장소장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떨어짐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걸이를 걸어야 하지만, 원청 낙찰률 65%, 하청인 우리 낙찰률 45%, 이 돈에 맞춰 먹으려면 공기 단축밖에 답이 없어요. 안전걸이를 ‘묶었다 풀었다’하는 것조차 작업속도를 늦추게 돼 지키기 어려워요. 이런 저가현장에서 ‘안전은 사치’죠.”
#. 외국인 투입을 늘려온 고용허가제 현장소장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내국인 대 외국인 비율을 5:5로 유지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는데, 저가경쟁이 심해지면서 2:8로 외국인이 너무 많아지자 품질과 안전 모두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돈이 있다면 내국인을 고용하고 싶어요. 이건 죽을 줄 알면서 독초를 먹는 셈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시공과 따로 있지 않다. 시공이라는 전체 중 매우 중요한 요소인 안전이 포함돼있다. 많은 현장소장들이 “이상적으론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현실적으론 시공을 망치면서까지 안전을 내세우긴 어렵다”고 말한다.
◆건설재해 규제 강화, 하지만 줄지 않아 = 우리사회는 수많은 건설재해를 겪었고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때마다 규제·처벌·교육·지원 등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법’(중대재해법) 적용과 스마트기술 활용도 확대했다.
하지만 건설재해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떨어짐’과 같은 후진적 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빨리 빨리, 다단계, 외국인, 고령화’ 등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놓치고 있던 것 ‘공사비 삭감’, 감독 강화로도 치유 안 돼 = 현장에 나가서 산업재해 발생이 많은 이유와 대책을 물으면 먼저 ‘돈’ 얘기부터 꺼낸다. 안전관리자들 역시 “산재 발생의 가장 주된 원인은 공사비 부족”이란다. 그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안전’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무리해서라도 ‘빨리빨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은 중요하지만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고 제반 노력은 무력화돼 안전관리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공사비가 부족해도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몇년 전 공공공사 현장에서 감독관의 얘기를 듣고 실상을 깨달았다. 현장을 돌아보니 어수선하고 외국인도 많았다. 그 사정을 물으니 오랫동안 친분을 쌓았던 감독관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오늘은 누가 죽거나 어디가 무너지지 않을까,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시작하더니 “이곳은 원도급자 낙찰률이 63%로 공기단축, 저가 자재, 저임금 외국인 투입 등 편법이 불가피”하단다. 그래도 감독관이 바로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만일 합법적인 고용, 시방서와 안전규정의 철저한 준수 등을 요구하면, 당장 낙찰률 40%대인 전문건설업체부터 공사를 그만두고 나간다. 새 업체를 선정하는 데만도 4~5개월이 소요될 것이고 그 기간만큼 더 빨리빨리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자 “당장 무너지고 죽지 않는 한, 눈 감아 버리는 것이 최선”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 꿴 첫 단추를 결코 바로 잡을 수 없다.
저가수주 현장에서 ‘안전은 사치’라는 절규는 규정을 무시한 것에 대한 변명이자, 반토막 난 공사비로 벼랑 끝에 몰린 생산참여자들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 원죄는 공사비 삭감과 불법 재하도급 등을 막지 못한 데 있다. 그 위에서 처벌·규제·감독·교육·신기술 등을 강화하면 안전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까? 중대재해법의 효과 유무를 따질 수 있을까?
◆건설안전 제고 위해 적정임금제 도입해야 = 건설안전의 정상화를 위한 시공 정상화에는 지난 기사(https://www.naeil.com/news/read/512080)에 소개한 적정임금제가 특효약이다. 공사비 삭감의 진원지인 근로자 임금에 하한선을 규정함으로써, 아래로부터 삭감경쟁을 막고 강자의 단가 후려치기도 막아 모두의 제값을 확보할 수 있다. 재하도급을 자제하고 내국인 숙련인력을 우선 고용하도록 한다. 시공을 정상화하면 안전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산재예방 노력이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법과 조례를 통해 조속히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장에서 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만병의 근원’인 것은 맞기 때문이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
전 건설근로자공제회 센터장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