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주자 한동훈, 윤 대통령 손잡을까 차별화할까

2024-06-14 13:00:23 게재

내달 전당대회 출마 유력 … “한동훈의 시간 올 것”

친윤 “억지 차별화하면 제2 유승민 전락, 차기 실패”

박근혜, MB와 차별화로 중도확장하면서 집권 성공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내달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당선을 전제로 “남은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이 현재권력(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가 향후 정국을 판가름할 핵심변수라는 것이다. 현재권력과의 협력과 차별화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게 한 전 위원장의 대선 도전에 유리할까. 정치권의 관측도 엇갈린다.

지난 4월 1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며 취재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내달 전당대회 출마로 거의 기울었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정성국(부산 진갑) 의원은 13일 기자들에게 “다음 주까지 동향이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며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최고위원회를 꾸릴 러닝메이트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역의원과 원외인사에게 최고위원 출마를 타진했다고 한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 경험이 짧고 △원외라는 점 때문에 “대표로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당원·보수층의 기대는 어느 중진의원보다 강한 게 현실이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보수진영에서 독보적 선두권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경쟁자로 꼽히는 중진의원들도 선뜻 출마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눈치다.

한 전 위원장은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대표적 차기주자로 꼽힌다. 당권을 잡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당 대표가 되면 차기주자로서 위상과 행보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권력(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 전 위원장은 한 측근에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협력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견이 있을 때는 해결 과정에서 긴장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게 국민을 위한 건강한 정치”라고 말한 것으로 조선일보는 13일 보도했다. 협력을 원칙으로 하지만 차별화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읽힌다.

대통령실과 친윤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억지 차별화를 시도하면 제2의 유승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정권 시절 여당 원내대표 신분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현재권력과 차별화를 꾀했지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반격을 당하면서 지금껏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이) 유승민처럼 중도확장 한답시고 (윤 대통령과) 억지 차별화를 꾀한다면 집토끼도 잃고 산토끼도 잃을 것”이라며 “제2의 유승민이 되면 차기 도전은 100% 실패”라고 지적했다. 다른 친윤 인사는 “여당 대선후보를 바라면서 현직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다면 당원과 보수층이 그를 지지해주겠냐”고 되물었다. 한 전 위원장이 야당과 발맞춰 윤 대통령을 흔든다면 윤 대통령 지지세가 여전한 보수층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현재권력과의 차별화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명박정권 시절 이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을 공개 반대했다. 당권을 잡은 뒤에는 당명을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우면서 이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인기가 추락한 현재권력과의 차별화를 통해 중도확장을 꾀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바닥권이다. 보수층에 갇힌 형국이다.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라는 약점까지 안고 있는 한 전 위원장으로선 윤 대통령과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만 중도층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고민을 할 법하다. 당권을 잡자마자, 박 전 대통령처럼 현재권력과의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차별화의 첫 관문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편에 서서 ‘특검법’ 저지에 나설지, 아니면 여론 지지를 받는 ‘특검법’ 통과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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