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만든 지역여행 주제는 ‘일·휴식’
전국 39개 청년마을에 운영
정착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
청년들이 만든 지역여행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 특히 도시를 떠나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사는 청년들이 지역의 매력과 그들의 개성을 엮어 구성한 여행상품이라면 기대해볼만하다.
전국 39개 청년마을 청년들이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으로 도시인들을 초대한다. 당일치기 여행부터 일주일 살기, 한달 살기 등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구성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청년마을 여행의 시작은 휴식이다. 인천 강화 청년마을 ‘강화유니버스’는 ‘잠시섬’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섬이라는 공간에서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여행을 기획했다. 일종의 섬살이 체험여행인데, 최소 2박부터 최대 5박까지 잠시섬빌리지라는 청년들이 마련한 숙소에 머물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주민들이 운영하는 40여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역과 관계를 맺도록 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특히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텃밭을 함께 둘러보고 그곳에서 얻은 식재료로 제철 밥상을 함께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지역 식당 요리사와 함께 풍물시장에서 장을 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주민 집에서 단독 콘서트를 감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청년마을 여행은 주제가 있다. 전북 군산 ‘술익는마을’은 술을, 충남 공주 ‘자유도’는 문학을 주제로 삼았다. 모두 지역 특성을 살린 주제들이다. 술익는마을 여행 프로그램은 술 빚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체험여행이다. 1박 2일 프로그램도 있지만 당일치기 참여도 가능하다. 술을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를 이용한 족욕과 목욕 프로그램도 있다. 군산이 ‘백화수복’으로 유명한 옛 주류회사 백화양조가 있던 도시였다는 데 주목, 그 역사를 되살려 ‘술의 도시’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술익는마을 청년들의 목표다. 반면 자유도의 주제는 문학이다. 소재는 시 ‘풀꽃’ ‘행복’ 등으로 유명한 시인 나태주다. 시인이 좋아했던 골목길, 나태주풀꽃문학관 등을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소개를 받으며 둘러볼 수 있다.
일과 휴식을 함께 엮어 만든 이른바 ‘워케이션’도 청년마을 여행의 대표 방식이다. 강원도에는 속초 청년마을 ‘라이프밸리’와 강릉 청년마을 ‘강릉살자’가 동해바다를 활용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온라인 근무가 가능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데, 속초는 2박 3일 강릉은 4박 5일 일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청년마을의 원조격인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은 4시간짜리 목포투어와 8시간짜리 남도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목포투어는 다시 일출·원도심·야경 등으로 구분된다. 세월호참사의 아픈 기억을 더듬는 이른바 다크투어도 있다. 또 남도투어는 목포 인근의 다양한 도시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외달도섬투어 신안예능투어 해남리트릿투어 강진그린투어 진도예술투어 등을 준비했는데, 각 일정마다 내용이 알차다.
청년마을은 여행상품뿐 아니라 청년들을 직접 겨냥해 지역을 소개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의 정착을 돕는, 청년마을 본래 목적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당장 7~8월에도 마을마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삶에 도전할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경북 영덕 ‘뚜벅이마을’은 7~8월에 4차례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7월 8일 1기를 시작으로 7월 15일, 8월 12일, 8월 19일 등 모두 네차례 운영하는데, 10여명의 청년들이 해파랑길 영덕 구간을 함께 걸으며 자연을 즐기고, 트레킹과 관련한 새로운 일자리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남 하동 ‘오히려하동’ 마을은 음식을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7월에는 25일부터 31일까지 ‘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음식들을 함께 만들어보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볼 수 있다. 8월 23~30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주제는 ‘비건’이다. 경북 영천 ‘취하너리’의 브랜딩 캠프는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탐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7월 26~28일과 8월 22~25일 두차례 운영한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란 지방 도시들의 청년 유출을 막고 도시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모두 39개 청년마을을 선정해 지원해왔다. 2018년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2019년 충남 서천 ‘삶기술학교’ 2020년 경북 문경 ‘달빛탐사대’ 등 3년간 3곳을 시범 운영하며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1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매년 12개 마을씩 3년간 36개 마을을 조성했다.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지역과 인연을 맺은 청년들은 지난해 말 기준 5105명이다. 이 가운데 638명이 그 지역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부는 청년마을이 전국 각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많은 청년이 지역에서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15일 서울 성동구 서울의숲에서는 청년마을의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는 ‘2024 청년마을 페스티벌’이 열렸다. 청년마을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청년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수도권 청년들과 시민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행사에 참여했던 청년 직장인 이 모(27)씨는 “나도 언젠가 지방에 내려가 살 수 있을까, 정착한다면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이번 행사처럼 지역에서의 삶을 꿈꿔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