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쿠팡 '날선대립'}“소비자 유인” vs “모든 업체 상품진열 자율”

2024-06-17 13:00:39 게재

공정위 “쿠팡 자체상품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 … 쿠팡, 타사 자체상품 진열 사례 공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14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공정위와 쿠팡이 타당성에 대해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결정이 ‘경영자율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공정위는 ‘쿠팡이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유통업체들은 차별화 전략에 따라 각자 자체브랜드(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PB상품을 고객들 눈에 가장 잘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고,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진도 공개했다.

쿠팡이 공개한 타사 이커머스 자체브랜드(PB)상품 진열 현황. 쿠팡은 자체 상품을 돋보이도록 온라인 편집하는 것은 경영자율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쿠팡 제공
쿠팡은 “소비자들은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같은 온라인 쇼핑몰 내 다른 상품과 비교는 물론 다른 온라인몰과 가격비교 사이트까지 검색하는 등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쿠팡의 경우 PB상품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한다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도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검색 순위는 한국과 글로벌 모든 전자상거래업체(e-retailers)의 관행’이라는 설명과 함께 제재 사실을 14일 공시했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공시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검색 순위가 기만적이고 한국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며 “‘검색 순위’는 업계의 관행”이라고 설명을 붙였다. 쿠팡Inc는 “(쿠팡은) 자사 관행이 기만적이거나 한국법에 저촉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공정위 결정에 대해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 리뷰 조작이 없었다는 5대 핵심 증거’ 자료를 내고 자체브랜드(PB)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해 리뷰를 작성했다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 반박 조목조목 반박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는 ‘편향적인 임직원들의 높은 상품평이 소비자 구매선택을 왜곡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쿠팡 임직원은 PB상품 후기를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직원은 2021년 8월 PB상품인 곰곰 멜론 리뷰에 ‘진짜 맛없었어요. 태어나서 먹어본 멜론 중에 제일 맛 없었음. 다른 사람한테 추천 못 해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B직원은 비슷한 시기 곰곰 양념게장 리뷰에 ‘비주얼에 1차적으로 실망했고, 게장에 양념이 너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너무 짜서 일단 못 먹어요’라는 내용의 후기를 작성했다.

공정위의 ‘임직원이 부정적 구매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주장에 대해 쿠팡 측은 “PB상품에 지속적으로 별점 1점을 준 임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며 “임직원 체험단 평점 평균은 일반인 체험단 평점 평균보다도 낮았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에게 부정적 구매 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지속해 관리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에 따르면 공정위가 문제삼은 기간 중 임직원 리뷰는 전체 PB상품 전체 리뷰 수 2500만개 대비 0.3%에 해당한다. 쿠팡 측은 “공정위는 전체 후기 중 일부에 해당하는 7만개 댓글 수를 강조하며 이들 모두가 편향적으로 작성한 리뷰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직원은 체험단을 통해 객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해왔으며 본인의 작성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며 “상품평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쿠팡 주장에 대해 공정위도 즉각 반발했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주장은 두 차례 공개된 전원회의 심의에서 이미 모두 개진돼 논의된 내용이며, 공정위는 임직원 이용 후기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 행위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안은 쿠팡 임직원 개별 구매후기 각각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쿠팡이 입점업체(중개상품 판매자)에게는 구매후기 작성을 금지하면서 자신은 자기상품에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별점을 부여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했다”며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밝힌 만큼 쿠팡의 주장은 향후 법원에서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20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고 전국 물류망 확대를 위한 3조원 투자 계획을 잠정적으로 멈춘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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