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 보이콧’ 장기화에 여론 악화
거야 제압할 힘도, 설득할 전략도 안 보여
국정 방치 비판 … “국회서 정책 경쟁해야”
국민의힘의 국회 보이콧이 장기화되고 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3주째를 맞았지만 여야는 극한대결을 되풀이하고 있다. 수적 우위만을 앞세운 민주당에 대한 지적도 나오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국회 보이콧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애당초 이길 수 없었던 싸움을 무작정 끌고 갈 게 아니라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게 먼저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을 거듭 비판했다. 지난 10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이에 맞서 국회를 보이콧한 지 1주일을 맞았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민주당에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백지화하고, 1 대 1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도 조만간 단독 선출할 기세다.
국민의힘의 ‘원구성 전쟁’은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는 평가다. 4.10 총선에서 여당은 108석에 그쳤다. 과반은커녕 개헌 저지선을 겨우 넘긴 숫자다. 야권이 협상 대신 의석수만을 앞세우면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숫자 싸움에서 이길 수 없으면 야권을 설득할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여당에게는 그것도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똑같이 입씨름만 벌일 뿐이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되면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국정을 방치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당은 상임위를 대체하는 특위를 가동하고 있지만 법적 권한이 없는 특위가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야권이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속도를 내서 재투표 상황까지 내달릴 경우 어차피 여당으로선 부결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여당에게 국회 복귀는 선택이 아닌 시간문제일 뿐인 것이다. 결국 여당은 패배가 예고된 싸움을 3주째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끝내고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게 국회 정상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6일 “어차피 못 이길 싸움이었는데, (여당 지도부가) 출구전략 없이 싸움을 끌고가는 바람에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며 “여당에게 민생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겠냐. 당장 7개 상임위원장을 받고 국회에서 정책 경쟁을 벌이면 국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17일 “여야가 합의와 관용 정신으로 원구성을 협상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으로서 먼저 양보해서 7개 (상임위원장) 받고 국회를 정상화해서 종부세·상속세 개정 등 정책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당이 양보하고 (국회에) 들어오면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민주당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