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게이트’ 논란, 국정조사로…정부, 자료제출 거부로 버텨
민주당 “액트지오 선정·추진 과정 의혹, 철저히 검증” 예고
개혁신당 “대통령실 등 연루 가능성” 권력형 비리 의혹
“5공 청문회 같을 것” “박근혜 탄핵 전 정부 대응과 같아”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전에 쏟아놓은 ‘최대 140억 배럴 유전 광구 탐사 계획’이 ‘유전게이트’ 의혹으로 전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전게이트’로 이름 짓고 국정조사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윤 대통령이 외교결례까지 감행하면서 유전 발표에 나선 이유와 액트지오 계약 과정,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채굴 최고치를 제시하게 된 경위와 근거, 가스공사 임원들의 주식 취득과 매각 시점 등이 핵심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자리마저 민주당이 가져갈 경우엔 곧바로 업무보고, 현안질의에 이어 청문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내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전게이트는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거치면서 제 5공화국 청문회와 같은 수준으로 수많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액트지오 계약 과정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가능성까지 겹쳐 있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은 성명서를 내고 “액트지오 소유주 아브레우 고문과 동해프로젝트 해외 검증단, 한국석유공사 관계자의 수상한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유전 게이트’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유전 게이트’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업체 선정과 추진 과정에서 발견된 수많은 의혹들을 철저히 검증해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검증했다는 모릭 교수가 아브레우 고문의 지인이자 석유공사 동해탐사팀장의 지도교수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자문단 선정 기준과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증을 받았다’라고 했지만, 정작 ‘해저 지질과 자원 탐사 전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석유공사가 수집한 기초 데이터 분석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액트지오가 내놓은 ‘최소 35억 배럴~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수치’에 대해 검증 한 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책연구기관까지 패싱해가면서 1인 기업과 다름없는 소규모 업체에 대형 프로젝트를 맡긴 이유가 무엇이냐”며 “제대로 된 해명이나 자료공개 없이 석유가스 탐사 시추를 위한 예산 검토를 강행하는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일이냐”고 따졌다.
동해유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평가를 총괄한 한국석유공사 직원이 은퇴대상자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바리스타 자격 취득과정에 있다가 5000억원의 혈세 투입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됐다는 얘기다.
개혁신당은 “사업 성공 근거로 제시된 액트지오는 사실상 1인 기업에 불과하고, 심지어 4년간 세금조차 내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며 “석유공사 담당자와 액트지오 검증을 맡은 교수, 그리고 액트지오 고문간 삼각 커넥션까지도 불거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국회의 자료요구 등 객관적 검증 절차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되었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사건때 정부의 대응과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석유공사가 1조원대 대규모 국책 사업을 단독 기획하고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며 “대통령실 등 고위관계자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결성된 기후행동모임 비상의 대표를 맡은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적어도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연매출 3천만 원도 안 돼서 법인세를 못 내서 법인 자격이 제한되고 있었던 이런 업체(액트지오)가 어떻게 용역업체로 선정됐는지, 믿을 수 있는 업체인 건지, 성공 확률 20%는 어떻게 도출된 건지, (최대 채굴량이) 140억 배럴이라는 건 어떤 근거로 산출됐는지, 경제성 판단의 근거가 뭔지 이런 점들이 규명이 돼야 되는데 지금 전혀 아무런 자료도 나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전세사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과 정부, 대통령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문성과 집요함으로 파고드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작은 영세업체) 액트지오가 ‘20% 가능성’이라고 판단한 자료의 근거가 대부분 글로벌 톱 10에 들어가는 우드사이드로부터 받은 자료”라며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추가 제공했다는 데이터가 있는 건데 이 데이터가 결론을 바꿀 만큼 결정적인 데이터였는지 확인이 되어야 이 업체의 분석을 우리가 믿을 만하고 이 분석에 따라 예산 몇 천억 원을 투입해도 좋겠다라는 판단을 우리가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가 지금까지 광구 시추한 게 48개 사업인데 시추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대통령이 떨어지는 지지율이나 여러 가지 정무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숟가락을 얹으려다가 밥상을 엎은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음 주부터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고 상임위를 열면 현안 질의라고 하는 이 현안만 놓고 하루 종일 질문할 수 있는 회의를 열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협조를 한다라고 한다면 곧바로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를 통한 실체 규명을 해 보는 게 먼저”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