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동훈의 ‘지구당 부활’ 여론 냉담
지구당 부활 반대 46%
야당지지층 반대 더 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띄운 ‘지구당 부활론’에 대한 반대여론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지지층의 반대여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대기관의 전국지표조사(10~12일, 1005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의 지구당 부활에 대한 의견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46%, ‘찬성한다’는 응답이 20%(모름·무응답 33%)였다.
전 연령대에서 반대 입장이 높은 가운데 70대에서는 찬성 29% 반대 31%였다. 특히 야당 지지층의 반대가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 16% 반대 50%,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는 찬성 24% 반대 48%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 30% 반대 39%였다.
정치권에서 지구당 부활 논의가 불거진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지구당 부활’을 정치개혁 과제로 꺼내면서 확산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월 부산 당원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며 정당법 개정을 시사했다. 한 전 위원장도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각각 지구당을 부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지구당 부활과 함께 지구당이 정치후원금을 받고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며 직원을 둘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차떼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지구당은 불법자금 통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2004년 3월 정치개혁 3법(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구당 제도는 결국 폐지됐다.
여야는 지구당 대신 지역위원회(민주당) 당협위원회(국민의힘)를 통해 중앙당과 연계하며 지역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당과 달리 법적 기구가 아닌 관계로 홍보 등 대외활동 비용을 지역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원장이 현역 국회의원이라면 후원금을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원외인 경우 조직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정당법을 개정해 원외지역위원장이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적정인원’의 유급직원을 두고 위원회 운영 자금 확보의 길을 열자는 취지다.
지구당 부활에 찬성하는 인사들은 현역과 원외 위원장간의 차이를 줄이고, 정당세가 약한 지역에서 당원들의 조직활동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야 원외인사들이 참여하는 단체 등에선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높다. 2004년 정치개혁 3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은 각각의 이유로 반대입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아닌 원외 정치인은 무슨 수로 정치를 하느냐”면서 “정작 필요한 정치개혁을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구당 부활이 현재 정치 개혁의 제1과제인지 도저히 동의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