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증시가 계속 오르는 이유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물가에 대한 부담을 반영해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이번 결정에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지난 3월 예상했던 3회에서 1회에 그칠 것으로, 연말 물가상승률은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을 바꿨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더해 연준 위원들은 이번에 장기 중립금리 수준도 2.6%에서 2.8%로 올려잡았다. 물가가 과거 수준으로 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반영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악재로 볼 수 있는 이러한 변경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연준의 매파적 전망 개의치 않는 투자자들
일단 시장이 FOMC의 이번 결정을 거의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느려진 가운데 신규 고용이 계속 호조세를 보이자,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적절하다는 발언을 해왔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에 대한 전망도 계속 바뀌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시장의 전망이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게 된 것이다.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한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느리지만 결국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는 자신감 역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안겨줬던 것으로 보인다. 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정책은 인하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장기채권이나 주식이 제공하는 먼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에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보다 장기금리가 더 크게 떨어지고, 다우지수보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연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라고 판단된다. 사실 많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물가안정에 집착해 경기를 빠르게 위축시킬 위험만큼이나 경기상황에 집착해 물가불안을 야기할 위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6월 FOMC를 포함해 지금까지 해왔던 연준의 의사결정은 이러한 양 극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좁은 통로를 잘 찾아왔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결국 탄탄한 고용시장, 지난해 중견 은행의 부실화로 잠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적절한 대처로 바로 안정된 금융시스템 등이 이러한 신뢰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준뿐 아니라 모든 중앙은행은 늘 정책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 당시에는 옳게 보였던 결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드러날 가능성, 혹은 그 반대로 틀린 결정이라고 평가받던 정책이 이후 잘한 결정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재임 당시 미국의 장기호황을 이끌며 세계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퇴임 후에는 지나친 완화정책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물가를 잡기 위해 극단적 고금리를 선택해 경제주체들의 비난을 받았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이후 장기 경기 호황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파월 의장과 현재의 연준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는 섣부르다고 볼 수 있다.
탄탄한 고용시장과 안정된 금융시스템 등이 연준 신뢰 밑바탕
하지만 적어도 지난 몇년간 발표된 데이터들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적 충격, 미중갈등과 새로운 경제 블록화에 따른 변화, 급격하게 늘어난 사모 대출이나 높아진 물가 기대심리 하에서도 미국이 다른 주요국을 압도하는 경제적 성과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 기반 중 하나는 연준의 적절한 통화정책과 이에 대한 신뢰임이 분명해 보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어도 증시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이 때문이다.
최석원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