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74.1% “대부업체에서 대출 신청 거절당해”
작년 최대 9만1천명 불법사금융으로 신규 이동
저신용 응답자 50% “1년 기준 이자가 원금 보다 커”
불법사금융이용 금리 연 120% 이상 비율 약 40%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저소득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대출을 받기 위해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가 거절당했다는 취약계층(신용 6~10등급) 응답자 비율이 7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만3000~9만1000명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신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업체를 찾았다가 거절당한 비율은 지난해 74.1%로 전년(68%) 대비 6.1%p 증가했다.
보고서는 NICE평가정보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자수가 9만8000명으로 전년(25만명) 대비 60.8%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인원은 79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불법사금융시장 이용금액은 최소 8300억원에서 최대 1조43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도 6800억~1조2300억원 대비 22~25% 가량 증가했다.
◆신용평점 하위 10%, 대출승인율 1년새 절반으로 줄어 = 가장 신용등급이 낮은 신용평점 하위 10%(KCB 675점, NICE 724점 이하)의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승인율은 5.4%에 그쳤다. 전년도 10.4%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들이 불법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응답자의 약 50%는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년도 40%에서 10%p 증가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연 120% 이상의 금리를 지급하는 비율은 약 39.3%로 나타났으며 연 1200%를 초과하는 비율도 10.6%에 달했다.
보고서는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지만, 실질적인 금융 소외가 더욱 커졌음을 시사한다”며 “20대와 60대, 회사원과 자영업자 등이 불법사금융 이용으로 높은 금리 부담을 안고 있으며, 불법사금융 금리 수준은 개인의 신용등급과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후 대처에 대한 응답비율을 보면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가 49.2%로 전년(43.1%) 보다 늘었다.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이나 친인척, 친구 등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9.2%로 전년(20.1%) 보다 줄었다. 정부의 정책금융(햇살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을 통해 해결했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21년 12.3%, 2022년 5.8% 등 갈수록 줄고 있다.
◆제 역할 못하는 ‘우수대부업자’ =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한 이후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우수대부업자’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대부업자에게는 은행 차입을 허용했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만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우수대부업자들이 은행권에서 조달한 금액은 크지 않다. 19개 우수대부업자 중 12곳만 은행에서 차입을 했으며 지난해말 은행 대출 총액은 483억원에 그쳤다. 총대출 대비 2.2% 수준이다. 우수대부업자의 지난해말 총대출은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이들 중 26.3%는 ‘모든 신용대출을 중단했다’고 답했으며, ‘기존 거래고객에 대한 재대출을 위주로 취급한다’는 응답도 21%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중단과 기존 고객 위주로 영업한다고 응답한 우수대부업자의 60%는 ‘손실발행 예상’, 20%는 ‘수익 축소 예상’을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우수대부업자의 89%는 현재 20%로 고정돼 있는 최고금리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 상장에 맞는 ‘유연한 금리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토대로 5가지 정책 제안을 내놨다. 먼저 대부업 활성화를 통한 금융소외 해소를 꼽았다. 대부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가 달라지는 ‘시장연동형 금리상한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또 예금수취 금융회사와 대부업 등 비수신 금융회사 간 최고금리규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소액대출의 경우 금리상한을 더 높게 차별화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불법사금융 이동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 피해예방과 젊은 층에 대한 금융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