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오류 최태원 판결’ 대법 영향은
2심, 판결문 최 회장 기여도 고쳤지만 결과는 안고쳐
대법원 심리 더 복잡해져 … 법조계 ‘논란 자처’ 비판
이른바 ‘100배 오류 최태원 판결’이 대법원으로 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100배) 오류가 발견됐다”며 17일 상고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측은 오는 21일 이전에 이혼소송 관련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 회장측의 ‘100배 오류’ 지적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이날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기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 부분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바꿨다.
이처럼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바꾸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해당 주식가치가 15년새 4456배 커진 과정의 기여도 판단도 달라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치 오류를 ‘단순한 오기’로 판단해 1조3808억원에 이르는 재산분할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최 회장측 “치명적 오류” … 노 관장측 “사소한 오류”= 최 회장측은 ‘100배 오류’ 수치가 재판 결론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전제에 왜곡이 발생했기 때문에, 결론을 다시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은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이를 통해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샀다. 지난 1998년 대한텔레콤은 SK C&C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쳤다. 1994년에 취득한 1주가 액면분할을 통해 지난 2009년에는 50주가 됐다.
앞서 재판부는 SK C&C의 주식가치가 최 선대회장 사후 355배 증가했다고 봤다. 재판부가 1994년 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으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은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지난 2009년 11월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계산에 문제가 있었다. 한상달 회계법인 청현 회계사는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다”고 밝혔다. 1998년 당시 5만원의 가치를 50으로 나누면 1000원이지만, 이를 100원으로 판단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재벌2세’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놨다”며 “이같은 결과치는 SK그룹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도 고려한 근거가 됐다.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 관장측은 최 회장측이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하고 있다”면서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관장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하여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하여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의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과 관련하여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대법원 복잡해진 경우의 수 = 대법원이 심리할 상고심의 경우의 수는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법리문제에 더해 판결문 오류 수정 적법성까지 추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일단 대법원은 1차로 수정된 ‘100원’을 전제로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이 타당한지를 심리하게 된다. 항소심 판결문 수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이어 애초 잘못된 수치(100원)로 기재된 판결을 전제로 한 항소심의 결론이 타당한지 여부를 가린다.
‘100원’이라는 판단이 항소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대법원은 항소심 결과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법에 돌려보낼 수도 있다. 잘못된 수치로 판단했음에도 항소심의 결과가 타당하다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 채 경정 결정만 파기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결국 두 사람의 이혼 심리의 최종 결정은 더욱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된 이후부터 재산 성장 부분에 대한 계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판단의 고려 요소에서 변화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얼마나 결정적 요소로 반영할지는 재판부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식 가액 평가를 잘못했다면, 기여 비율이나 재산 분할 금액을 변경해야 한다”며 “이는 경정 결정 사항이 아니라 정식 재판으로 변경해야 할 부분으로, 대법원 판단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오류를 바로잡는다고 재산분할 비율이나 액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는 “항소심 판단의 중요한 근거는 주식 액면가가 아니라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의 도움이 있었는지였다”며 “재판부는 선대회장 생전에 유입된 비자금(300억원)을 바탕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내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기록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