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신현성 ‘공모 정황’ 공방
검찰 “가짜 거래 가능” 대화 제출
신측 “부적절했지만 농담” 입장
검찰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함께 ‘가짜 거래’로 투자자를 속이려 한 정황이 담긴 대화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신 전 대표측은 “농담조로 지나가듯 발언한 것”이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공준혁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간의 대화가 담긴 의견서를 신 전 대표 1심 재판부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지난 2019년 5월 권 대표가 신 전 대표와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차이’를 두고 나눈 메신저 내용이 담겼다.
권 대표는 신 전 대표에게 “내가 그냥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거래를 생성할 수 있다. 차이가 성장하면 (가짜 거래를) 줄이면 된다”며 “내가 식별 못 하게 만들 테니까”라고 적었다. 이에 신 전 대표는 “소규모로 시험해 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답했고, 권 대표는 다시 “알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런 대화를 근거로 두 사람이 사업 초기 테라 관련 거래를 조작해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 전 대표측은 17일 오후 입장을 내고 “권씨의 발언이 부적절했으나 농담조로 지나가듯 발언한 것에 불과했다”며 “실제 이에 따라 ‘가짜 거래’가 발생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초기 테라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검증인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 권도형과 신현성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대화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오히려 신현성은 블록체인 운영을 위해 검증인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거래를 비밀로 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신 전 대표는 2018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테라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허위 홍보, 거래 조작을 통해 4600여억원 부당이득을 취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몬테네그로에서 국내로 송환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가 구속 상태로 병합 재판 중이다.
신 전 대표측은 “신 전 대표가 권씨와 테라시스템 초기에 결별해 루나폭락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잠적해 도피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된 뒤 송환국 결정을 기다리며 현지에 구금돼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