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대에도 ‘윤심’ 통할까…‘어대한’ 견제 시동
1년 전 같은 개입 안 보여 … 한동훈에 ‘부정적 인식’ 관측
친윤 잇단 ‘한동훈 저격’ … ‘어대한’ 기류 막기엔 ‘역부족’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1년 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은 김기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었다. 김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당헌·당규를 바꾸고 김 후보를 위협하는 경쟁자(나경원)를 주저앉혔다. 사퇴를 거부한 안철수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윤심’은 통했다. ‘지지율 5%’로 출발한 김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며 당선됐다. 어차피>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김기현 대표체제는 무너졌고, 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내달 23일 새 대표를 뽑는다. ‘윤심’은 이번 전당대회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할까. ‘윤심’이 나서면 1년 전처럼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직까지 ‘윤심’의 노골적 행보는 읽히지 않는다. 1년 전처럼 친윤과 대통령실이 나서 특정후보를 밀거나 특정후보를 주저앉히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는 것. 여권 핵심관계자는 17일 “(윤 대통령이) 지난해 전당대회에 개입해 ‘친윤 대표’를 만들었지만 그 덕을 본 게 뭐냐. 윤 대통령도 더 이상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지 않았겠냐. 지금까지 누구를 밀거나 누구를 막으라는 (윤 대통령의) 언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년 전처럼 ‘윤심’의 노골적 개입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윤심’ 자체가 없는걸까. 여권 핵심부의 전언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 부부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실망과 섭섭한 감정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최측근’으로 믿고 함께했는데, 비대위원장 활동 시절 불거진 ‘마리 앙투아네트’ 논란에서 윤 대통령 부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17일 동시에 나온 윤핵관 이철규 의원과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의원의 발언이 ‘윤심’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과 관련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표심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보수층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거의 한 40% 이상 다운돼 있지 않은가. 또 우리 당 지지자들의 지지도도 많이 내려갔다. 63%인가에서 43%인가 한 20%p 이상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한국갤럽 정례조사(1월 30일~2월 1일, 6월 11~13일 조사,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통해 ‘어대한’ 기류를 부정한 것.
강 의원은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나와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을 빚게 되면 정부와 여당이 망하는 길이다. 그런 당 대표를 뽑으면 안 된다”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 의원과 강 의원의 발언에서 짐작되는 ‘윤심’이 1년 전처럼 전당대회 결과를 뒤흔들 수 있을까.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6월 14~15일, 전화면접)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차기 대표로 유승민 6%, 한동훈 59%, 안철수 7%, 나경원 10%, 원희룡 11%를 택했다. ‘어대한’ 기류가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윤심’이 밀만한 ‘한동훈 대항마’가 마땅찮은 상황이다. 친윤 후보의 경쟁력은 약하고, 다른 비윤 후보는 ‘대항마 역할’을 수용하지 않을 분위기다. 친윤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이 탈락하는 ‘이변 시나리오’까지 거론하지만, 이 역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친윤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된다고 해도 (임기 중에) 선거도 없고 딱히 할 일이 별로 없다. 만약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보수층과 당원들로부터 오히려 혼쭐나면서 차기 꿈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