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의 허와 실 ①
석유공사 자원개발 종료사업 중 85% 회수액 ‘0’
101개 중 86개는 한 푼도 못 건져
하베스트·잠빌사업 회수율 1~2%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한 국내·외 자원개발사업 가운데 종료된 프로젝트 101개 중 86개는 회수액이 전무(0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료된 사업장 85%에서 한 푼도 못 건지고 투자금만 날린 것이다.
또 매각한 해외프로젝트 8개 중 투자비 대비 이익을 본 사업은 1개뿐이었다. 캐나다 하베스트와 카자흐스탄 잠빌 프로젝트는 회수율이 각각 1%, 2%에 불과했다.
이는 18일 한국석유공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안 일대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직후 탐사·시추작업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1984년 예맨 마리브광구에 100만달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30개 프로젝트에 총 257억4800만달러(약 35조5425억원)를 투자했다.
이중 종료사업 101개에는 41억5800만달러를 투자해 12억7600만달러 회수에 그쳤다. 금액대비 누적회수율은 30.7%다.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은 사업은 예맨 마리브(첫투자 1984년·회수율 234%) 인도네시아 SES(2000년·117%) 등 5개뿐이다. 이라크 바지안(2007년·3%) 러시아 서캄차카(2005년·6%) 등 10개는 회수율이 투자액을 밑돌았다. 이외 아제르바이젠 앙골라 영국 호주 중국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진행한 86개 사업은 회수율이 전무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사업은 탐사 5개, 생산 2개, 종료 23개 등 총 30개다. 이 가운데 생산광구인 동해-1·동해-2 프로젝트에서만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았으며, 나머지는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했다가 매각한 프로젝트는 △캐나다 하베스트 △영국 다나 △카자흐스탄 잠빌 △미국 앵커 등 총 8개다. 이중 하베스트의 경우 정유공장 날(NARL)을 비롯 13개의 크고 작은 자산을 보유했는데 일부 매각했다. 총 55억94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회수율은 1%에 불과해 ‘묻지마 투자, 헐값 매각 논란’ 등 대표적으로 실패한 자원개발 사례로 꼽힌다. 1억7300만달러를 투자한 카자흐스탄 잠빌 프로젝트도 회수율은 2%다.
허종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천연가스가 최대 140억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를 직접 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질서가 흐트러지고,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무리하게 자원개발에 올인해 대표적인 6개 해외사업에서만 8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정쟁이 끊이질 않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냐”라며 “다만 막대한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 단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