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의 허와 실 ①

석유공사 자원개발 종료사업 중 85% 회수액 ‘0’

2024-06-18 13:00:02 게재

101개 중 86개는 한 푼도 못 건져

하베스트·잠빌사업 회수율 1~2%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한 국내·외 자원개발사업 가운데 종료된 프로젝트 101개 중 86개는 회수액이 전무(0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료된 사업장 85%에서 한 푼도 못 건지고 투자금만 날린 것이다.

또 매각한 해외프로젝트 8개 중 투자비 대비 이익을 본 사업은 1개뿐이었다. 캐나다 하베스트와 카자흐스탄 잠빌 프로젝트는 회수율이 각각 1%, 2%에 불과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18일 한국석유공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안 일대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직후 탐사·시추작업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1984년 예맨 마리브광구에 100만달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30개 프로젝트에 총 257억4800만달러(약 35조5425억원)를 투자했다.

이중 종료사업 101개에는 41억5800만달러를 투자해 12억7600만달러 회수에 그쳤다. 금액대비 누적회수율은 30.7%다.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은 사업은 예맨 마리브(첫투자 1984년·회수율 234%) 인도네시아 SES(2000년·117%) 등 5개뿐이다. 이라크 바지안(2007년·3%) 러시아 서캄차카(2005년·6%) 등 10개는 회수율이 투자액을 밑돌았다. 이외 아제르바이젠 앙골라 영국 호주 중국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진행한 86개 사업은 회수율이 전무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사업은 탐사 5개, 생산 2개, 종료 23개 등 총 30개다. 이 가운데 생산광구인 동해-1·동해-2 프로젝트에서만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았으며, 나머지는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했다가 매각한 프로젝트는 △캐나다 하베스트 △영국 다나 △카자흐스탄 잠빌 △미국 앵커 등 총 8개다. 이중 하베스트의 경우 정유공장 날(NARL)을 비롯 13개의 크고 작은 자산을 보유했는데 일부 매각했다. 총 55억94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회수율은 1%에 불과해 ‘묻지마 투자, 헐값 매각 논란’ 등 대표적으로 실패한 자원개발 사례로 꼽힌다. 1억7300만달러를 투자한 카자흐스탄 잠빌 프로젝트도 회수율은 2%다.

허종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천연가스가 최대 140억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를 직접 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질서가 흐트러지고,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무리하게 자원개발에 올인해 대표적인 6개 해외사업에서만 8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정쟁이 끊이질 않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냐”라며 “다만 막대한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 단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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