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의 허와 실 ①
석유공사 2020년부터 자본잠식…‘대왕고래' 예산 확보 관건
자원개발 실패로 손실 눈덩이처럼 커져
국내 석유탐사 사업은 30건 중 2건 성공
6월초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안 일대에 막대한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 달하는 만큼 적극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위험과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니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국익을 뒤로 한 채 정쟁에 빠져 논란만 키우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우리나라 자원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조명해본다.
한국석유공사가 국내에서 진행한 자원개발사업은 탐사 5개, 생산 2개, 종료 23개 등 총 30개다. 이 가운데 생산광구인 동해-1, 동해-2 프로젝트에서만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았으며, 나머지는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단순히 프로젝트 건수별로 성공률을 계산하면 13.3% 수준이다.
동해-1은 8억990만달러를 투자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19억8200만달러를, 동해-2는 1억5900만달러를 투자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2억8500만달러를 각각 회수했다. 누적회수율은 각각 220%, 179%다. 동해-1, 동해-2 프로젝트는 생산종료됐으나 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철수하지 않아 생산중인 사업으로 분류했다.
이익을 본 2개 광구를 뺀 28개에서는 6억2410만달러(8631억원)를 투자했다. 정부가 향후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1차 시추에 약 1000억원을 들여 총 5차 시추를 진행할 계획임을 기존 투자비와 비교하면 막대한 규모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원개발사업 프로젝트 현황’에 따르면 보유중이거나 종료한 프로젝트는 총 130개로 257억4800만달러(약 35조5425억원)를 투자했다. 이중 회수액은 151억2300만달러로, 누적 회수율은 58.7%로 집계됐다.
사업별로 회수율이 제로(0원)인 곳은 95개(73.1%)에 달했다.
현재 보유중인 탐사(10개)·개발(1개)·생산(18개) 광구 총 29곳에서는 215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138억4600만달러를 회수, 누적회수율은 64.1%를 기록했다.
종료된 사업 101곳 중에서는 투자액보다 회수액이 많은 사업은 △예맨 마리브(첫투자 1984년·회수율 234%) △이집트 칼다(1989년·161%) △아르헨티나 팔마라르고(1992년·140%) △인도네시아 SES(2000년·117%) △인도네시아 마두라(1986년·100%) 등 5개뿐이다.
이어 10개는 회수율이 100% 미만이었다. 아제르바이젠 앙골라 영국 호주 중국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진행한 86개 사업은 회수율이 전무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자원개발 사업의 실패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빚만 떠안게 됐다. 석유공사는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개발이 본격화됐던 2009년 자본 8조4220억원, 부채 8조544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1.5% 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했던 자원개발사업의 손실이 커지면서 자본은 급감하고, 부채는 급증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2017년 718.5%(자본 2조3839억원, 부채 17조1278억원), 2018년 2287.1%(자본 7641억원, 부채 17조4749억원), 2019년 3415.5%(자본 5308억원, 부채 18조1310억원)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다 2019년 자본잠식에 빠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3년말 기준 자본은 -1조3486억원, 부채는 19조5781억원에 이른다. 석유공사의 이런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향후 동해안 일대 탐사시추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12월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우선 올해까지 들어갈 ‘착수비’ 성격의 재원 약 120억원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60억원은 정부가 올해 석유공사에 출자한 481억원 중 일부를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약 60억원은 석유공사의 자체 자금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석유공사는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지만, 꾸준한 재무개선 노력으로 최근 2년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자금 운용 여건이 다소 개선됐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3조2671억원, 영업이익 8465억원, 당기순이익 178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기 위해 내년부터 연간 1000억원 이상(총 5000억원)의 재원이 꾸준히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에 예산지원을 하려면 국회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허종식 의원은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영업기밀, 자원안보 등의 이유로 일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쉽사리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