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전대미문의 팬데믹, 경기불황, 사회적 변화 등을 직접 겪고 난 후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길거리 어디를 가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밝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하건대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따르는 고심의 흔적일 것이다. 결정과 실행의 타이밍 선택이 힘든 건 그게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단순한 고민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업이 주산업이던 시절 농부는 씨앗을 뿌릴 적절한 때를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알았고 가꾸며 기다리면 수확할 때가 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회탈처럼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많은 것들이 뒤틀어지고 있다. 선대의 경험은 물론 우리의 지식과 계획이 잘 들어맞지 않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때 ‘인내’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내는 모든 것이 제때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비록 지금은 힘들고 불확실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 힘들었던 이유를 깨닫게 될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러므로 인내와 믿음은 서로 하나와 같다.
적절한 타이밍 포착 성공 열쇠
모든 일은 때에 맞는 말과 때에 맞는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기다리고, 늦지 않도록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 결정,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 사회적 변화 모두 적절한 시기를 어떻게 잘 포착해 내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정치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정치의 불문율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듯하다.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입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과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이 모여 흑연 리튬 코발트 등 희귀광물 공동개발 등에 합의한 것은 국가가 때에 맞춰 취한 행동이라 할 만하다.
에너지전환의 기치를 가장 먼저 드높이며 세계를 선도하였던 독일의 요즈음 모습을 보면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웃 국가들은 독일에게 ‘급격한 에너지전환과 대러시아 의존적 에너지 수급구조가 안보의 불안요소’라는 점을 숱하게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은 탄소중립의 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을 버리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몰두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요즈음 지구촌 곳곳에서 경천동지할 변화에 관한 소식이 날마다 들려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형언 못할 피해와 격변하는 국제정치 상황에 따른 인명손실과 인프라 파괴의 이야기에 이제는 우리도 둔감해질 정도가 되었다. 고통이 지속되거나 너무 짧은 순간에 격심한 고통이 닥쳐오면 미처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국가 모두 시세 제대로 읽어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시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정과 대응의 시기를 놓치거나 너무 앞서가다가는 모든 것을 잃고 대패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우리가 때를 놓치지 않고 결정하고 실행할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