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장, 공무원 ‘갑질’ 사과
치킨집 사장에게 폭언
공식 사과 후 감사 의뢰
류구하 대구 중구청장이 구청 공무원들의 치킨집 ‘갑질’ 의혹에 대해 18일 공식 사과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류 구청장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 공무원 4명이 식당 바닥에 맥주를 쏟고 사장 부부에게 ‘구청 직원인데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구 누리집에 ‘정중히 사과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류구하 구청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중구 직원의 맥주사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당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 드린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중구 공무원들의 일명 치킨집 갑질 의혹은 지난 13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대구 중구에서 아내와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홀과 배달을 같이 하고 있는 매장인데 최근 홀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멘탈이 잡히지 않는다”며 글을 올렸다.
A씨는 “며칠 전 홀 마감 직전에 딱 30분만 마시고 가겠다고 해서 경기도 어려워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손님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 몰랐다”며 사연을 털어놨다.
A씨의 글에 따르면 지난 7일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이 테이블과 매장 바닥에 맥주를 흘려 “물을 흘리셨나요”라며 맥주를 닦고 있는 아내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일행 중 1명이 갑자기 가자고 하며 자리를 떠난 후 다시 1명이 가게로 들어와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했다.
일행은 A씨에게도 “나 여기 구청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며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며 폭언을 퍼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나중에 CCTV를 돌려보니 손님들은 맥주를 일부러 바닥에 붓고 아내에게 폭언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구 중구는 논란이 일자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해 이들 4명이 모두 구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중구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직원들이 술을 더 이상 먹기가 힘들어서 버린다는 것이 발단이 됐고 업주가 욕을 해서 다시 들어가 그래도 욕을 하면 되느냐고 항의하면서 실랑이가 있었다는 게 직원들의 해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청장이 직접 가게를 방문해 사과하려 했으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 가지는 못했다”며 “대구시에 감사를 의뢰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해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게 구청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