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조직문화’ 감독 추진…금융안정위원회 '문화적 요인 관리' 권고
금감원, 조직문화 평가해서 개선 유도 계획
호주, 문화적 취약점 발견시 추가자본 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의 조직문화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콩ELS 사태 등 은행권의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우리은행에서 700억원에 이어 100억원 가량의 횡령 사고가 터진 게 금융당국이 은행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 주요 요인이다.
조직문화는 리스크의 인식, 부담, 관리에 대한 적절한 태도와 행위를 판별하는 조직 내 공유된 가치와 규범을 말한다.
이 원장은 “최근 몇 년간 은행권에서 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ELS 등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 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외 주요국 금융감독당국도 금융회사 조직문화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싱가폴, 홍콩 등은 재무적 위험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불완전판매 등 비재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호주는 건전성감독청(APRA)이 종합 리스크관리 규정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 조직문화에 대한 정기평가 등을 의무화했다. 전담조직을 설치해 금융사 임직원 대상 정기 설문조사, 자체평가 검토, 현장점검 등을 통해 은행·보험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있다.
파악한 회사별 조직문화 수준을 감독대상의 리스크 평가와 감독자원 배정 등에 활용하고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한 경우 개입하고 있다. 자금세탁과 불완전판매 등이 연이어 발생한 커먼웰스은행에 대해 조직문화를 평가, 발견된 문화적 취약점에 대해 10억달러의 운영리스크 추가자본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중앙은행은 금융회사의 조직문화 관련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의 필요성을 인식해 2011년 지배구조, 변화관리, 조직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신설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문화적 리스크 징후를 탐지하고 자료검토와 자체평가, 인터뷰와 직원 설문, 이사회 활동 등에 대한 관찰 등을 실시, 발견된 취약점의 심각성에 따라 3단계로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안정위윈회(FSB)는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 요인 관리를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문화에 초점을 둔 감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위법·위규행위의 중요한 문화적 요인이 탐지된 금융회사에 감독 우선순위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 광범위한 정보와 다양한 기법을 통해 회사내 위법·위규행위의 문화적 요인을 평가, 감독당국의 평가결과를 이사회·경영진과 공유하고 개선계획 요구 및 후속조치를 하는 내용도 권고안에 포함돼 있다.
한편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의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대규모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인식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