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거리로…정부는 ‘해산 검토’

2024-06-19 13:00:01 게재

타협 없는 의·정 ‘강대강’ 대치 격화 … 의료계, 장기전 준비 모양새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하며 18일 하루 집단휴진과 대규모 집회를 벌인 의사들이 향후 대정부 투쟁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 사실상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후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서울의대 비대위 대표자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연다.

이들은 회의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연석회의에서 앞으로 정부 방침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집결한 의사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이 ‘의료농단’ 등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의협 ‘무기한 휴진’까지 불사 = 앞서 의협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정부의 독재에 맞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의료를 반드시 살리자”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의사들은 하루 또는 오후에 병원 문을 닫고 집회에 참석하며 의협에 힘을 실었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학부모들도 상당수 집회에 참여했다.

의협은 여의도 집회 참석자를 4만여명, 각 시도 포함 시 5만여명으로 추산했다. 경찰 추산 참석 인원은 최대 1만2000여명이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18일 휴진율 집계 수치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의협은 자동응답시스템(ARS)과 네이버 휴진 설정 등을 통해 자체 파악한 결과 휴진율이 50% 내외였다고 밝혔다. 반면에 복지부는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의료기관(3만6059곳)의 14.9%(5379곳)만 의협의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집회에 참석한 경기지역 한 개원의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다보니 형식상 진료를 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휴진한 경우가 많다”면서 “통계로는 우리 병원도 문을 연 것으로 잡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 근거 내놔라’ =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하다 사직했다는 20대 안 모씨는 “대통령은 전공의가 제시한 7개 개혁안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2000명을 늘려야 한다는데 그 숫자는 어디서 왔는지 근거도 못 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의사집단을 정치적 표몰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올라왔다는 50대 개업의는 “의사 의견을 무시하고 외부인이 나타나서 다수결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상식적으로 교수는 누가 있고 강의실은 또 어디 있는지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련할 병원도 없어 시간이 지나면 수도권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20일 향후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의사들의 구심점이 될 ‘범의료계대책위원회(범대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범대위에는 전의교협과 전의비 등 의대교수 단체가 동참하며 전공의 단체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임현택 의협 회장과 함께하는 범대위 공동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주요 병원 교수들 잇달아 휴진 = 의과대학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 등을 통해 의협에 힘을 싣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내부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추가 휴진에 대해 논의한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포함한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모두 교수들이 휴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기로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동참한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도 의협 집단행동과는 별개로 교수 비대위 차원의 추가 휴진을 선언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하고 정부 정책을 보고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교수들은 휴진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휴진은 정규적인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압박 카드 총동원 = 이런 움직임에 정부도 다양한 카드를 동원해 의사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 휴진이 최종 확정된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대해 의사 면허 정지 등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엄중히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진료 거부를 강요했다며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이어 휴진으로 환자 피해가 확인될 경우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정단체인 의협을 해산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교육부는 의대 운영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집단 행위의 금지 의무를 위반한 자는 징계 등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소속 대학 교원 복무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경찰은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의사단체 등은 이를 의사들에 대한 정부 공격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금품 등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의사 1000여명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또 제약사로부터 회식비와 야식비 등을 지원받는 형태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일부 전공의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어 경찰은 보건당국으로부터 의사 등에 대한 20여건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2개월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했다.

장세풍·박광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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