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끝없는 대치’… 한동훈·이탈표 견제 ‘덤’ 챙기나
외부 긴장 키워서 내부 결속 다지는 전략 관측
보수층, 윤 대통령과 사이 나쁜 한동훈에 눈총
특검법 재투표에서 찬성 던지면 ‘배신자’ 낙인
국민의힘의 국회 보이콧이 장기화 되고 있다. “국정을 방치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일 야권에 날을 세우며 충돌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외부에 긴장을 키우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전략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이 내부 결속을 통해 당 안팎으로부터 제기되는 위협을 막으려한다는 것이다.
19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을 거듭 비판하면서 국회 보이콧을 고수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을 받고 국회로 복귀하자”는 협상론이 나오고 있지만, 다수는 여전히 강경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복귀로 결론이 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권이 강경론을 고수하는 데는 대치 정국으로 인한 부수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 친윤이 대치 정국으로 인해 얻는 정치적 수익이 적잖다는 것이다.
친윤은 내달 23일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윤 의원들이 앞 다퉈 한 전 위원장을 겨낭한 날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대한’을 완전히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친윤 의원들의 공세보다는 대치 정국으로 인한 보수층의 결집 흐름이 ‘어대한’ 견제에 더 큰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로 어려움에 처했는데, 이런 때 여당 대표까지 윤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한 전 위원장이 되면 어쩌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윤 대통령의 최후 보루로 통하는 보수층이 ‘어대한’에 등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친윤 입장에서는 대치 정국이 ‘어대한’을 견제하는 효자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장기화되는 대치 정국은 조만간 벌어질 ‘거부권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특검법 재투표가 곧 이뤄지는 것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실시된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당시에는 안철수 유의동 김근태 김웅 최재형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조만간 이뤄질 재투표에서도 이탈표를 8표 이하로 최소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상황에서 (특검법 재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보수층과 당원들이 곧장 배신자로 낙인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신자 낙인이 두려워 이탈표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결국 친윤은 대치 정국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어대한’ 확산을 막고 재투표 표 단속을 하는 부수 효과를 만끽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국회 복귀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이유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