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의 허와 실 ②
한전, 8개광구 매각 안했으면 현재가치 12배
공공기관 기능조정 지침따라 손실보고 매각 … 정부 무리한 개입 말아야
자원개발사업에 관한 정부의 무리한 개입이 오히려 기업에 손해를 입히거나 자원안보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에 따라 해외광구를 매각한 한국전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안 석유-천연가스 대규모 매장 가능성 발표 이후 정부가 탐사시추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이어서 과거 사례를 되새겨볼 만하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따르면 한전은 발전사 분할이후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9554억원을 투자(호주 바이롱사업 제외)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한전이 보유한 8개 자원개발사업 지분 100%를 한수원 및 발전공기업 5사에 매각했다. 한전 투자비에서 매각대금 5922억원과 배당 등 수익금 479억원을 빼면 3153억원의 손실을 감수한 조치였다.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밀어붙인 이 시절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이 짙던 시기였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한전은 인도네시아 바얀사에 6159억원을 투자했으나 4027억원에 매각, 1926억원의 손해(수익 206억원 포함)를 봤다. 그러나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가치는 10조962억원(6월 10일 주가 기준)으로 추산된다.
한전이 572억원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아다로사와 630억원을 투자한 캐나다 데니슨사의 현재가치는 각각 900억원, 915억원으로 조사됐다. 182억원을 투자한 호주 물라벤 지분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은 522억원이다.
8개 사업 매각 이후 2023년 말까지 전력그룹사 전체 기준 총 1조1714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두었고, 2024년 6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현재가치는 10조3379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배당수익과 현재가치를 합한 금액은 11조5093억원으로 투자비의 12배가 넘는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한전이 현재 겪는 경영위기를 상당부문 완화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급등한 국제에너지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2021년 5조8465억원 △2022년 32조6552억원 △2023년 4조541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3년간 누적 적자액 43조433억원을 기록했다.
또 과거에는 국내기업이 외국기업에 매각한 해외광산을 다시 국내기업이 매입한 사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부채비율 감축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면서 빚어진 일인데 외국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전은 1999년 보유하고 있던 호주 와이옹광산 지분 10.0%를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한 채 외국기업에 매각했다. 그러다 2006년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가 웃돈을 얹어주고 인수하면서 지분을 82.25% 확보했다. 와이옹광산은 유연탄 추정매장량이 1억5000만톤에 이르는 대형광산이다.
한전은 유연탄 고공행진에 와이옹광산 대신 호주 몰라벤광산을 비싼 가격에 매입하기도 했다.
호주의 스프링베일광산도 한전과 삼성물산이 공동 투자했다가 외국기업에 판 후 광물공사-SK에너지가 다시 인수한 경우다. 광물공사는 스프링베일광산에 238억달러를 투자, 323억달러를 회수하는 등 재미(회수율 136%)를 톡톡히 봤다.
허종식 의원은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자원개발사업을 인위적으로 주도하려하지 말고, 기업에게 장을 만들어주면서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