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세원 서울과학기술대 영어영문과 (경기 동두천외고)
영문학은 나의 힘
기승전영문학. 세원씨가 말하는 내내 ‘이렇게 영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영문학에 푹 빠져서 영어영문과 진학을 꿈꾸며 외고에 진학했고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수시에 전념했던 만큼 진로에 대한 열정을 학생부에 담았고 뜨거운 진심은 원하던 곳에 가닿았다.
깊은 영문학 탐구를 보여준 동아리 활동
세원씨는 중3 때 영어를 담당하던 담임 선생님을 만나 영어의 매력에 빠졌다. 원래 흥미가 있던 영어가 더 좋아졌고 점수도 올랐다. 영어에 소질이 있고 흥미가 많으니 외고에 진학하는 게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추천에 자신감을 얻어 동두천외고 영어과에 입학했다.
꿈은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이어졌다. 자연 계열과 전문직이 중요시되는 때에 인문 계열, 특히 문학을 선택하면서 고민은 없었을까?
“인문학의 위상이 하락하는 분위기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문학에 깊이 빠져들수록 정통 인문학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죠. 문학을 공부하며 삶에 대한 지혜나 가치관을 얻을 수 있었어요. ‘만약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수없이 했고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생각해봤어요. 역시 미래 사회의 해결책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세원씨는 학년마다 다른 동아리를 선택했다. 글로벌 문화 탐구부(1학년), 영자 신문부(2학년), 영문학 심층 탐구부(3학년)에서 활동했다. 1학년 때는 세계의 문화와 언어를 넓은 영역에서 다루고 2학년 때는 본인이 관심 있는 다양한 영어 활동을 경험하며 3학년 때는 자신의 분야를 찾아서 깊이 있게 탐구하고 진로에 대한 확장을 보여주자는 전략이었다. 가장 흥미 있는 동아리는 영자 신문부였다.
“일주일마다 모여서 BBC 뉴스 등을 스크랩하고 분석하며 토론했어요. 학기말에 1년간의 활동 결과를 연간지로 모아놓으니 꽤 의미 있었어요. 원어민 선생님의 첨삭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고 선생님과 여러 친구의 인터뷰, 그해의 세계적 이슈 등을 담아 보석 같은 결과물로 완성했죠. 스스로도 뿌듯했고 학생부 동아리 활동에도 좋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손전등을 켜고 주경야독한 책만 30권
영문학에 본격적으로 푹 빠지게 된 계기는 1학년 영어 시간의 독후 활동이었다. 오. 헨리의 <20년 후에>를 세 가지 버전으로 읽었다. 원서, 글쓴이가 다른 요약본 두 개였다.
“주인공의 코를 묘사했는데 서로 다른 표현이 흥미로웠어요. 하나는 직역했지만 다른 하나는 ‘a man’s nose from a Roman to a Pug’라는 비유적 표현을 썼어요. 로마인처럼 높았던 코가 퍼그(개)의 코처럼 낮아지려면 20년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인데 너무 기발했어요.”
세원씨는 원서는 두꺼운 책 대신 얇은 단편소설을 추천한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 다른 이유도 있다.
“저는 같은 책을 세 번씩 읽었어요. 첫 번째는 모르는 단어를 유추해서 읽고 두 번째는 핵심 단어를 찾고 기록했어요. 마지막으로 독해를 마치고 작품을 음미하면서 읽었더니 영어 실력이 늘더라고요.”
이렇게 3년간 읽은 영문학 책만 30권이 넘는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외고의 특성상 더더욱 독서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언제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을까?
“6시 40분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8시 40분까지 아침 자습을 하고, 수업 후 밤 11시 30분까지 자습 시간에도 내신 공부만 했어요. 그 후엔 온전히 책에 빠져 지냈어요. 전체 소등 시간 이후에는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었어요. (웃음)”
선택 과목도 영문학 사랑의 연장선이었다.
“과목마다 세특 주제는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관련 교과와 영문학을 연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세계 문화와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세계지리> <여행지리> <생활과 윤리> <고전윤리>를 선택했다. 자신의 관심과 학생부 세특에 잘 반영할 수 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문학과 철학은 깊은 연관이 있기에 특히 미국의 사상가 겸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책을 많이 읽었다. <생활과 윤리> 수업에서는 세특으로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 글씨>를 읽고 극 중 구절을 인용해 청교도의 모순점과 비윤리적 모습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썼다.
면접 필살기는 고등학교 생활 요약한 노트
세원씨는 서울과학기술대 2차 면접을 준비할 때 노트 50페이지 정도로 고등학교 생활을 요약했다. 학생부 내용을 오려 붙이고 각 활동에 대한 요약은 물론 각 활동의 참여 계기, 과정, 느낀 점, 예상 확장 질문에 대한 대비까지 담았다. 1·2학년 활동에 대한 기억은 흐릿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을 상기하고 정리하는 과정인 면접 노트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 여름방학부터 면접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3년간 쏟은 노력에 비해 내신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의 면접 준비에 더욱 열정을 쏟았어요.”
친구들과 면접 스터디 그룹도 만들었다. “같은 영문과 친구가 아닌 중국어과, 일본어과 친구들과 면접 스터디를 했어요. 서로의 학생부를 공유하고 질문을 뽑아서 진행했어요. 다른 과 학생과 스터디를 하면서 ‘가장 발음하기 힘든 영어 구절은?’ ‘이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은?’ 등 예상치 못한 참신한 질문을 받았어요. 모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서로 동영상을 찍어주고 평가했습니다. 덕분에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세원씨는 수시 종합전형으로 삼육대, 서울여대, 한양대(ERICA), 명지대, 서울과학기술대를 선택했는데 이 중 삼육대는 항공관광외국어학부에 지원했다. 한때 꿈이 외국어에 능숙한 승무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그 무엇도 영문학을 향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원씨는 출판사에서 영문학 책을 만드는 게 꿈이다.
“책이 세상에 나올 때 가장 처음 접하는 사람이잖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많은 사람이 제가 만든 좋은 책을 읽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 좋겠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