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비판여론·정부압박에 ‘휴진 동력’ 약화
의료계 범대위 꾸려 정부 대응 지속 예정
소비자·환자단체 “불매운동·휴진 장기화 저지”
이번 주 의사단체들은 17일 18일 집단휴진을 추진한데 이어 범대위를 꾸려 정부정책에 장기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19일 대법원이 의료계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 최종 판결을 내 의료계의 휴진 동력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일반 국민들의 비판여론도 확산되고 정부의 법적 조치도 더 강해지고 있다.
의사협회(의협)는 20일 오후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의 윤곽을 공개한다. 범대위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대 교수 단체가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협회 중심의 대정부 반대활동이 힘을 받을지 의문이다. 사태 발단을 제공한 전공의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범대위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 현재 상황에서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표명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임현택 의협회장의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선포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처음 들었다”며 “무기한 휴진의 실현 가능성과 그 내용의 적절성에 관한 찬반은 별론으로 하고 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사단체가 내부 혼란에 겪는 가운데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 등의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의대증원 추진에 대한 법의 심판을 기대했던 의사단체의 명분은 2심 판결보다 더 약화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9일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정부가 2025학년도 전체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증원되는 것을 전제로 대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과 교육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는 전국 휴진을 주도한 의협에 대한 압박을 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협이 집단 휴진을 주도하면서 구성 사업자의 진료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했다고 보고 의협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정위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 의협에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의협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며 해산 가능성을 밝히며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병원측에 휴진으로 인해 피해에 대한 구상권 검토 요청과 건강보험 재정 선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압박했다.
한편 범대위 출범과 함께 대형병원에서의 일부 휴진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휴진이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처분을 두고 현재 입장을 고수하면 예정대로 무기한 휴진할 수밖에 없다고 의대 교수단체 대표가 밝혔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 위원장은 19일 오후 의사단체 연석회의 후 “무기한 휴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취소해주고 사법처리로부터 안전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줘야 협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휴진하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범대위의 활동에 힘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휴진하는 의원에 대한 불매운동과 휴진 동참 의원 명단공개 움직임이 일고 소비자단체 등의 비판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환자를 외면하고 파업(휴진)에 동참한 병의원 명단 공개와 이용 거부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과 의대교수·개원의의 집단 휴진을 반대하고 신속한 의료정상화가 이뤄져 안전하고 안심하는 의료환경에서 치료받고 싶다”며 “의료계 집단휴진 장기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의사들의 복귀를 촉구하는 온라인 피케팅을 시작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