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장마철 시작되는데…" 예천 산사태 피해복구 하세월

2024-06-20 13:00:01 게재

피해발생부터 복구완료까지 2년 6개월

수로는 임시복구 … 사방댐 공사만 한창

“복구공사는 하고 있지만 곧 장마철이 시작된다니 걱정입니다. 뒷산 사방댐 공사만 한창이고 마을 위쪽에는 지난해 쏟아져 내려온 돌덩이들은 그대로 쌓여 있어 불안합니다.”

1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과 농사를 하는 이 주민은 “행정절차 등 속사정은 있겠지만 복구가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뒷산 계곡을 따라 마을을 관통하는 도랑은 물길만 확보해 그야말로 임시복구만 했다”며 “장마철에 연약해진 지반이 견딜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이재민’ 생활 = 지난해 7월 15일 산사태가 발생한 별방리에서는 35도에 달하는 폭염 때문인지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19일 오후 과수원 입구에서 만난 주민이 유일했다. 산사태 복구공사 관계자만 서너명 눈에 띄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감천면 벌방리 마을 위쪽에는 지난해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돌무더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예천 최세호 기자

부서진 집들은 안전띠만 두른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새집은 마을 입구에 새로 조성된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이 전부다. 지난해 조립주택 11채를 설치했는데 연말에 집을 지어 나간 주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10채에는 여전히 이재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바윗덩어리들은 마을 위쪽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수해가 발생한 직후 풍경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사차량 진입로와 물길 정도만 확보된 상태다.

눈에 띄게 복구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주마산 중턱 계곡에 설치되고 있는 사방댐이다. 2개 계곡에 현재 크고작은 사방댐 9개를 건설 중이다. 이달 말까지 80%가 완료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우수기가 시작되기 전인 이달 말까지 주요 구조물은 100%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벌방리에서 승용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효자면 백석리 마을도 쑥대밭 그대로다.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토사가 마을을 덮쳐 5명이 사망하고 주택 10여채가 전파된 마을이다. 주민들 대부분 인근 임시주택에서 살고 있다. 옛 집터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주민 한두명만 최근 집을 신축하고 있다. 예천군이 발주한 농로와 수로 복구공사는 지난 4월에야 시작됐다. 10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80여개 마을 677곳 공사 중 = 벌방리와 백석리처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마을은 예천군에서만 80여곳에 달한다. 피해 지역 149㏊ 내 677곳에서 사방댐 임도 계류보전시설 등 124개 사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재해와 관련한 복구공사 준공률은 6월 말 기준 69%다. 100억원 이상 대형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이달 완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8개 지방하천 복구공사는 6월 기준 20%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예전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다. 도는 지난해 9월 복구계획을 확정해 설계를 발주하고 지난 1월 말 착공했다. 피해발생 직후 지방비를 투입해 설계용역을 발주한 덕분에 복구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50% 이상을 설계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피해 발생부터 복구까지 3년 4개월 걸리던 것이 행정절차를 간소화한 덕분에 2년 6개월까지 줄었다.

박종태 경북도 하천과장은 “전체 공정률은 저조하지만 제방붕괴 등이 발생한 위험지구부터 우선 공사를 시행, 장마철에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복구 속도가 더디다. 피해가 발생하고 복구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2년 6개월이다. 집중호우는 해마다 비슷한 시기 발생하기 때문에 복구기간이 1년 이상 걸리면 같은 피해가 반복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복구에 걸리는 기간을 1년 이하로 줄여야 하는 이유다.

◆토사재해 취약영역 안전성 검토해야 = 최근 10년간 자연재해 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이다. 이 기간 인명피해만 51명에 달한다. 2022년 포항에서 태풍 ‘힌남노’로 11명, 지난해 북부지역 집중호우로 29명 등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조치에 더해 지반 특성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재정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는 “경북 북부지역은 계곡을 따라 토석류가 흘러내려 산사태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토석류 피해 8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저점부 25m 이내, 기초부 3.5m 높이 이내 토사재해 취약영역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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