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명예훼손’ 김만배·신학림 구속
법원 “증거인멸·도망 염려” 영장 발부
유사 내용 보도한 언론사 수사 탄력
지난 대선 기간 허위 보도를 통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여 만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두 차례 구속됐다 지난해 9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김씨는 다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를 받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이준동 부장검사)은 지난 17일 범행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김씨와 신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은 대선을 앞둔 2021년 9월 15일 허위 인터뷰를 하고 투표일 직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신 전 위원장에게는 지난 2022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를 건넨 뒤 이 책이 제3자에게 흘러가자 계약을 어겼다며 정 전 원장을 압박해 5000만원을 받아낸 혐의(공갈)도 적용됐다.
인터뷰에서 김씨는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검찰은 이같은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그럼에도 대선 투표일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인터뷰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신 전 위원장에게 ‘혼맥지도’ 책값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 돈이 허위 인터뷰의 대가라고 봤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몰리자 김씨가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 여러 언론사와 접촉해 허위 보도를 계획했고, 파급효과가 큰 대선 직전 인터뷰를 보도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를 통해 김씨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사업 이익을 확보하려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번 사건은 허위 프레임으로 선거에 개입하려한 중대범죄이며 지속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전 위원장은 그동안 김씨와의 대화는 보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고 금전거래는 자신의 책값과 관련한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신 전 위원장 변호인은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신 전 위원장이 녹음파일을 제보한 시점은 사전 투표가 끝날 시점”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이들을 상대로 허위 인터뷰 보도가 이뤄지게 된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타파와 비슷한 취지로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뉴스타파 외에도 ‘윤 대통령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JTBC,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 다수 매체의 전현직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수사해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